[삶과문화] 왼손을 위한 샤콘
아름다운 편곡 작업을 했듯이
우리 주변 어려운 사람들 위해
오른손의 사랑이 가득했으면
브람스는 스승인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평생 사랑했다. 어찌할 수도 없이 바라만 보는 사랑이었다. 그녀는 브람스보다 열네 살이나 연상이었으며 아이도 일곱 명이나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피아니스트 데뷔 5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손 근육에 문제가 생겨서 오른손을 못 쓰게 되었다. 콘서트 계획도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에게 브람스는 왼손으로만 연주할 수 있는 곡을 선물했다. 그것이 바흐의 곡을 편곡한 브람스의 ‘왼손을 위한 샤콘(chaconne·춤곡)’이다.

어릴 때부터 뇌전증을 앓아온 스무 살 청년이 낙상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지자 일곱 명의 환자에게 간, 심장, 폐장, 췌장, 신장을 기증했다. 가장 실천하기 힘든 사랑은 연고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들리지 않는 비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의지에 있다. 그런 사랑은 대체로 어떤 생색도 없이 마음의 친구 맺기로 마무리한다. 청년의 아버지는 떠난 아들이 학창시절을 제대로 보내지 못해 친구가 없었던 결핍이 이렇게 채워졌다며 장기 수혜자들의 부채감을 덜어주었다. 일곱 명의 몸에서 결핍된 기능을 아름다운 한 청년의 사랑으로 채울 수 있었던 것인데, 이것은 가슴 뭉클한 일을 하고 하늘나라로 간 청년뿐 아니라 그 유가족들의 사랑에의 의지가 없었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어릴 적 한 친구는 의대를 다니다가 졸업을 앞두고 실습 중에 쓰러졌다. 2년여의 코마 상태를 거쳐 겨우 눈을 떴지만,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사회생활은 누구보다도 건강했다. 틈틈이 번역 작업도 하면서 한 기관의 의료를 책임지는 의사의 삶을 살아왔다. 어느 날의 대화에서 그는 중학교 때부터 꽤 오랫동안 자신의 꿈이 등대지기였다고 고백했다. 아무도 없는 작은 등대섬에서 책만 읽으면서 너른 대양에 불빛을 쏘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이 친구의 꿈은 왜곡된 채로 이루어진 셈이다. 문득 찾아온 장애로 인해 청년 시절에 이미 망망대해의 등대지기가 된 것이어서 외로움이라는 결핍을 껴안고 살았다. 그는 동료들이 출근하기 전인 새벽 5시에 빈 사무실의 정적 속에서 오보에를 연주한다고 했다. 음색이 또렷하고 소리가 큰 오보에의 음향이 넓은 공간을 공명할 때 친구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자유롭지 못해 생긴 구멍을 스스로 메우고 있었던 게 아닐까. 이것은 자신의 결핍을 적절한 자기애로 채워나가는 방법일 듯하다.
이 지구에선 5초에 한 명씩 굶어 죽어 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올해 기아의 숫자는 3억2300만명으로 실로 엄청나다. 코로나19의 영향뿐 아니라 전쟁까지 겹쳐서 그 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팬데믹을 겪으며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지만 우리의 결핍은 우리 스스로 막을 수밖에 없다. 브람스가 사랑하는 사람의 결핍을 막기 위해 아름다운 편곡 작업을 했듯이, 스무 살 청년이 자기 장기로 이웃의 육체를 건강하게 채워줬듯이, 자신의 빈 곳을 채우기 위해 새벽에 홀로 오보에를 연주하듯이, 기아의 빈 배를 채울 사랑의 마음이 가득 모이면 좋겠다. 왼손의 결핍은 오른손의 사랑으로 채울 수 있으니까.
천수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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