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둥댄 '빌드업'..허탈한 '다운'

윤은용 기자 2022. 6. 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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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5점째를 내준 뒤 아쉬워하고 있다. 대표팀은 이날 1-5로 졌다. 권도현 기자

지난 2일 브라질과 치른 평가전은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마주할 현실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무대였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을 맞아 압도적으로 밀린 끝에 1-5 완패를 당했다. 2018년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 대표팀에 자리 잡은 빌드업 축구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지금 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빌드업 축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3년 넘게 고수했던 스타일을 갑자기 바꾸기는 쉽지 않다. 브라질전을 통해 드러난 ‘허점’을 본선 전까지 최대한 보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됐다.

■탈압박

브라질 프레스에 밀려 ‘실수 연발’
패스·탈압박 능력 키우기 시급

그동안 한국은 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는 쪽이었다. 아시아 무대였기에 가능했다. 세계 최정상급 팀들만 참가하는 월드컵에서는 주도권을 잡기가 쉽지 않다. 역습에 비중을 둔 빌드업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탈압박 능력을 좀 더 키울 필요가 있다.

브라질전에서 한국은 시종일관 최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걸어오는 상대에 밀려 잇달아 실수를 저질렀다. 압박에 당황해 뒤로 공을 돌리다 뺏기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상대 압박을 풀어내는 탈압박 능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브라질 선수들은 한국의 압박에도 2~3차례 패스만으로 여유롭게 벗어나는 몇 수 위의 기량을 과시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싸워야 할 포르투갈이나 우루과이는 브라질에 버금가는 수준의 팀이다.

■손흥민 활용법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과의 평가전을 마친 뒤 파울루 벤투 감독과 악수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손흥민 제대로 못 받쳐 홀로 분투
‘명검’ 활용법 명확히 정할 필요

대표팀에서 손흥민(토트넘) 활용법은 늘 벤투 감독의 고민이었다. 토트넘에서 주로 왼쪽 측면 공격수로 뛰는 손흥민은 대표팀에서는 상대와 경기 상황에 따라 수시로 포지션이 바뀐다. 브라질전에서도 처음에는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가 여의치 않아 처진 스트라이커로 자리를 조정했다. 후반 황의조(보르도)가 교체된 뒤에는 원톱 공격수로도 나섰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은 상대에게 경계대상 1호다. 브라질의 치치 감독 역시 손흥민의 포지션 이동에 맞춰 전담 선수들을 바꿔가며 막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는 한 수 아래 팀들과 상대해 두드러지지 않던 문제가 브라질전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강팀만 만나는 월드컵 본선을 위해 손흥민 활용법을 명확하게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수비형 MF 정우영 1인체제 ‘실패’
전술 변화 등 보완책 고민해야

벤투 감독 부임 후 대표팀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2명 둔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했다. 최근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한 명 줄이는 대신 중앙 미드필더를 한 명 더 기용해 좀 더 공격적인 4-1-4-1 포메이션을 시험하고 있다. 브라질전에서도 벤투 감독은 4-1-4-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1명이든 2명이든 벤투 감독이 늘 기용하는 선수가 바로 정우영(알사드)이다. 브라질전에서는 정우영이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대실패로 끝났다. 정우영은 그동안 포백 앞에서 혼자서도 역할을 충분히 해냈지만 브라질에 홀로 맞서기는 버거웠다. 강팀을 상대하는 데 4-1-4-1 포메이션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술적인 보완책도 필요해졌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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