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활동 비정규직 재계약 거부한 쿠팡

이혜리 기자 2022. 6. 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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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물류센터 2명 "사유 제시 안 해"
사측 "근무평가 따른 것"

쿠팡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던 인천물류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재계약을 최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은 객관적인 근무평가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노조 쪽에선 노조 탄압 의도의 부당해고라며 반발했다.

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지난달 말 인천물류센터 노조(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센터분회)의 정성용 분회장과 최효 부분회장에게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정 분회장은 3개월·9개월·1년 계약을 맺고 일을 하면서 근무기간 2년을 채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시점이었고, 최 부분회장은 1년을 일하고 1년 계약을 연장하는 시점이었다. 두 사람 모두 계속 근무를 희망했는데 회사가 무기계약직 전환과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두 사람은 각각 31·30세 청년으로, 계약기간 만료 시기는 이달 말이다.

정 분회장과 최 부분회장은 사측에 사유를 물었지만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계약이 갱신돼왔다면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노동자에게 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쿠팡은 이에 대해 기자에게 “객관적인 근무평가 기준을 갖추고 있으며 이 기준은 모든 직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직원들은 근로계약이 종료됐고, 업무평가 기준 미달로 인해 갱신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근무평가 기준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조 쪽에선 재계약 거부는 노조 탄압 목적의 부당해고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 분회장과 최 부분회장은 노조 활동 과정에서 상부와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의견을 개진하다가 징계를 받거나, 퇴근길 피켓 선전전을 하다가 경고를 받는 식이었다. 최 부분회장은 상급자로부터 ‘사외 노조를 왜 배려해야 하느냐’는 취지의 말을 들었고, 사실상 반성문에 해당하는 사실관계확인서 서명을 요구받았다며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했다. 쿠팡의 사실관계확인서는 앞서 다른 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노동청이 남용하면 안 된다고 한 것이다.

■쿠팡 노조 “재계약 거부 1명은 단체교섭위원…항의 투쟁할 것”

노동자에게 과도한 심리적 위축을 불러올 수 있고 비공식적 징계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쿠팡 물류센터의 분위기에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했다가 탈퇴하는 사례가 나왔다. 최 부분회장은 “처음에는 (노조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지지가 엄청났지만 회사가 점점 눈치를 주면서 심정적으로 많이 힘들고 위축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최근까지 폭염에 대비한 에어컨 설치와 유급 휴게시간 보장에 대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쿠팡 측은 노조 활동 여부는 근무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이번 재계약 거부는 노조 활동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노조를 지원하는 장혜진 노무사는 “(쿠팡 물류센터는) 구인난으로 허덕이기 때문에 대부분 재계약이 되는 상황”이라며 “노조 활동 외에 다른 (재계약 거부의) 이유는 찾을 수 없고,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고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쿠팡의 재계약 거부는 노조와의 단체교섭이 난항인 상황에서 이뤄졌다. 노조(쿠팡물류센터지회)의 조정 신청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조의 핵심 요구안 내용은 폭염·혹한 때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냉난방 기구 설치, 유급 휴게시간 보장, 직장 내 괴롭힘 심의위원회 구성, 노조 활동 보장 등이다. 특히 이번에 재계약 거부 대상이 된 정 분회장은 노조 쪽 교섭위원 중 한 명이다. 노조는 사측에 교섭 재개를 요구하고,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쿠팡은 “노조가 교섭 없이 조정 신청을 했다. 노조가 교섭에 응하지 않은 것”이라며 “회사는 앞으로도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했다. 노조의 핵심 요구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쿠팡은 답변하지 않았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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