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무·인사 넘어 국정원·공정위로 뻗어가는 '검찰공화국'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조상준 전 서울고검 차장검사(변호사)를 임명했다. 새 공정거래위원장엔 1981년 공정위 출범 후 처음으로 검사 출신인 강수진 고려대 로스쿨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의 조직관리·예산을 총괄하는 기조실장과 기업 불공정 행위를 감독하는 공정위 수장에까지 검찰 출신이 전진배치되는 것이다.
조 신임 실장은 한동훈 법무장관과 함께 ‘윤석열 사단’의 오른팔·왼팔로 불린 최측근이다. 조 실장(사법연수원 26기)과 한 장관(27기)은 비슷한 시기 서울중앙지검·대검·법무부에서 일하고,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함께 근무한 특수통이다. 2019~2020년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반부패강력부장(한동훈)과 형사부장(조상준)을 맡았고, 당시 윤 총장이 아침 간부회의 후 두 사람만 남겨 대화를 이어가는 일이 많았다. 강 내정자도 윤 대통령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같이 근무했고, 이노공 법무차관과 함께 당시 세 사람이 ‘카풀’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검찰 직연(職緣)이 있는 이들을 정부 중책에 발탁한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 중용은 양적·질적으로 속도가 붙고 있다. 한 장관 직속으로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됐다. 대통령실에도 윤 대통령과 검찰에서 일한 복두규 인사기획관과 이원모(인사)·이시원(공직기강)·주진우(법률)·윤재순(총무) 비서관이 포진해 있다. 한 장관을 축으로 공직 후보자를 추천·검증·감찰하는 인사조직이 온통 검찰 출신으로 짜인 격이다. 법무부·검찰 고위직은 이미 윤석열·한동훈 사단의 ‘직할 체제’가 됐다. 여기에 내밀한 공직 후보자 신상정보(존안자료)와 국내외 정보를 수집·축적하는 국정원 요직까지 전직 검사로 채운 것이다. 기조실장은 과거에도 검찰 출신(신현수·이석수 등)이 맡은 적 있지만, 법무·수사·인사에 국정원·공정위까지 검찰 출신이 동시에 지휘한 전례가 없다. 민주국가에서도 수사·인사·정보엔 힘이 모인다. 서로 분산·견제토록 해야 할 업무와 권력을 특정 직역이 독점하면 불통·불균형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검찰공화국’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6·1 지방선거 사범 878명을 수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고발당한 피입건자엔 이재명·안철수 의원과 김동연·박완수 도지사, 조희연 교육감 당선인 등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전날 민주당 서울 중구청장 후보자를 강제수사했고, 경찰은 3일 이재명 의원 부인의 법인카드 사용처 129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와 여야 대선 후보·가족 수사가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수사·기소권 분리 후 검찰의 선거 직접수사는 이번 지방선거가 마지막이다. 수뇌부 인사 교체기에 경찰은 독립적인 수사능력이,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검경 모두 사실관계에 입각해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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