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도 나를 '예쁜 내 새끼'라 했었지..'예쁘다는 게 뭘까' 생각하면 간질거리는 마음[그림책]
내가 예쁘다고?
황인찬 지음·이명애 그림
봄볕 | 48쪽 | 1만5000원
시인 황인찬이 쓰고 화가 이명애가 그린 그림책이다. 그림체가 따듯하고 서정적이다.
밤톨 머리를 한 남자아이가 어느 날 교실에서 짝꿍이 “되게 예쁘다”라고 혼잣말하는 것을 듣는다. 남자아이의 얼굴이 잔뜩 상기되기 시작한다. 깜짝 놀라 속으로 되묻는다. ‘내가 예쁘다고?’
그 순간부터였다. 남자아이의 머릿속은 온통 그 말로 가득 차 버린다. 친구들과 밥을 먹을 때도 수업을 들을 때도, 심지어 집에 돌아가는 순간에도 아이는 짝꿍이 한 말의 뜻이 뭘지 고민한다. 생각은 ‘혹시 김경희가 나를 좋아하는 걸까?’부터 ‘그건 아닌 것 같아. 색연필도 안 빌려주는 김경희가 날 좋아할 리 없지. 내가 정말 예쁘다는 뜻일까?’까지 이어진다.
남자아이는 궁극적으로 예쁘다는 건 무엇일지 고민한다. 할머니가 항상 아이에게 했던 “예쁜 내 새끼”라는 말도 떠오른다. 사람들은 어떤 순간에, 무엇을 보고 예쁘다고 하는 것일까를 생각한다. 머릿속은 온통 복잡하지만, 입가에 스르르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이 기분은 나쁘지 않다. 아이는 마음이 간질거리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는다. 그리고 끝내 인정한다. “맞아, 나도 예쁘구나.”
반전이 있다. 짝꿍이 예쁘다고 한 말은, 사실 남자아이 옆으로 난 창에 드리운 꽃나무를 보고 한 말이었다. 다시 한번 남자아이의 얼굴이 붉어진다.
부끄러운 마음에 속상하지만, 어느덧 아이는 짝꿍이 예쁘다고 했던 꽃나무 아래에 서서 그 역시 “예쁘다”고 감탄한다. 전날 하루 종일 ‘예쁘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어느덧 사물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능력이 남자아이에게도 생긴 것이다.
황인찬은 산문집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에서 “무엇인가가 좋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능력이지요. 때로 시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영역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라고 썼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언가가 예쁘다고 알아차릴 수 있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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