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우주 속 찰나의 삶을 사는 인간..모든 생명체는 '사막의 모래 알갱이'[책과 삶]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앨런 라이트먼 지음·송근이 옮김
아이콤마 | 272쪽 | 1만6000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 ‘모래의 책’에는 수상쩍은 책이 등장한다. 이 책은 ‘모래처럼 시작도 끝도 없다’고 한다. 책의 첫 페이지로 갈 수도, 마지막 페이지로 갈 수도 없다. 보르헤스는 이 책을 무한한 우주에 대한 알레고리로 사용한다.
고대로부터 무한에 대한 상상은 사람들을 사로잡아왔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모든 물질은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결점이라고 간주했다. 그들에게 무한은 ‘악’이었다. 고대 중국인들은 음과 양이 조화하듯, 무한과 무는 가깝다고 믿었다. 앨런 라이트먼은 상대성이론의 세계관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내 찬사받은 <아인슈타인의 꿈>의 저자다. 그는 MIT에서 처음으로 과학, 인문학 모두에서 교수를 맡기도 했다. 라이트먼은 새 책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에서 무한한 우주와 그 속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를 과학적이면서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낸다.
수식, 공식은 없다. 아인슈타인, 파인먼, 프리먼 다이슨 등 위대한 때로 괴짜스러운 과학자들의 생각과 에피소드를 통해 현대 물리학의 세계관을 탐색한다. 결국 도착하는 곳에는 겸허한 메시지가 있다. “우리 우주에서 생명의 삶은 일시적이며, 우주에서 전개되는 광활한 시공간 속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이러한 결론이 허무주의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생명의 희소성에 대한 깨달음으로 다른 생물들과의 연결고리를 형성한다. “사막의 몇 알 되지 않는 모래 알갱이로서의 연대감이자, 광대하게 뻗어 나가는 우주의 시간 속에서 비교적 짧은 생명의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동질감”이다. 라이트먼은 이를 우주의 모든 생명체에 동류의식을 부여하는 ‘우주적 생물중심주의’라 부른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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