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러, 우크라 침공 100일 '주권 존중·평화' 해법 찾아야

한겨레 2022. 6. 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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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막고 있고,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하다.

러시아가 1990년대에 비핵화를 했던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서방의 개입을 차단하려고 핵 위협을 계속하는 것을 본 각국에서 핵에 의존하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핵 확산 도미노가 벌어질 우려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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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

5월31일 키이우 외곽 포타슈니야에서 러시아군 공격으로 파괴된 집의 잔해에서 한 여성이 손녀딸의 인형을 안고 울고 있다. 그는 피난을 갔다가 돌아와 집이 폐허가 된 것을 발견했다. 포타슈니아/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러시아 제국의 영향력 회복을 목표로 주변 약소국의 주권을 무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도발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전광석화 같은 승리를 자신했던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인들의 결사 항전에 부딪혔다. 국제사회의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를 국제결제 시스템에서 축출하는 등 전례 없는 경제 제재에 나섰고, 세계 여론은 침공 반대쪽에 섰다.

100일이 지난 지금 전쟁은 장기화의 수렁에 빠져 있다. 필사적 저항에 밀려 수도 키이우 점령을 포기한 러시아군은 동부 돈바스에서 점령지를 넓히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민간인에 대한 학살과 성폭력, 약탈 등 잔혹 행위를 계속해왔다. 키이우 외곽 부차 마을에선 처형 등의 방식으로 살해된 민간인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되었고, 대도시 마리우폴은 건물 90%가 파괴되고 거리에 시신이 나뒹구는 폐허로 변했다. 지금까지 민간인 사망자는 2만7천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유럽 등의 무기 지원이 계속되고 러시아는 중국의 지원을 받는 강대국 간의 대리전 양상도 겹치면서, 전쟁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전쟁의 여파는 이미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막고 있고,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하다. 특히 빈곤한 국가의 가난한 이들은 식량 위기의 고통을 가장 깊게 겪고 있다.

비극을 멈추기 위해 지난 3월 이후 멈췄던 평화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조금씩 나오고 있다. 우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마음대로 통제하려는 제국주의적 야심을 버려야 한다. 러시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장 저지’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침략으로 인해 유럽 국가들의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중립국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결정하는 등 오히려 러시아의 전략에도 손해가 되고 있다. 러시아가 1990년대에 비핵화를 했던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서방의 개입을 차단하려고 핵 위협을 계속하는 것을 본 각국에서 핵에 의존하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핵 확산 도미노가 벌어질 우려도 커졌다.

우크라이나가 ‘영토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쟁의 고통을 멈추기 위한 불가피한 출구전략도 고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존중하면서 평화가 회복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국제사회가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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