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모래알이 모여 세상을 뒤집다..뮤지컬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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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끝없이 반복되고 우리는 작은 모래알 같겠지만, 우리가 모이고 또 모이면 언젠가 달라진 내일이 올 거야."
지난달 31일 서울 구로구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무대에서 울려 퍼진 노랫말에는 뮤지컬 '모래시계'가 관객에게 건네고자 하는 메시지가 함축돼 있다.
작품은 모래알같이 무력해 보이던 인물들이 만드는 변화를 보여주면서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 모래시계를 건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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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삶은 끝없이 반복되고 우리는 작은 모래알 같겠지만, 우리가 모이고 또 모이면 언젠가 달라진 내일이 올 거야."
지난달 31일 서울 구로구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무대에서 울려 퍼진 노랫말에는 뮤지컬 '모래시계'가 관객에게 건네고자 하는 메시지가 함축돼 있다.
작은 모래알들이 조금씩 움직여 모두 아래로 떨어지면 모래시계를 뒤집는 순간이 오듯, 무력해 보이는 개개인의 노력이 모이면 세상을 뒤집어엎는 때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믿음은 1970∼1980년대 격동의 한국 현대사에서도 빛을 발했다.
뮤지컬 '모래시계'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삼청교육대, 보도지침, 슬롯머신 비리 사건 등을 배경으로 검사 우석과 카지노 업체 후계자 혜린, 정치깡패 태수의 고민을 그려냈다.
주요 캐릭터는 제각기 부끄러운 비밀과 상처를 안고 있다.
혜린은 학생운동의 선두에 서지만, 정계에 돈을 대는 부유한 아버지 덕에 경찰의 고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물이다.
청렴결백한 검사인 우석은 군 복무 당시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에 동원된 과거를 부정할 수 없고, 태수는 '빨갱이 자식'이라는 낙인으로 대입에 실패한 뒤 어둠의 세계에서 정치깡패로 살아간다.
이처럼 완벽하지 않은 인물, 단순한 삼각관계 대신 누구보다 친한 친구였던 셋이 다른 처지에 놓이면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에 초점을 맞춘 서사가 극에 매력을 더한다.
유명 원작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원작 드라마는 1995년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64.5%(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고 OST '백학'과 배우 최민수·고현정·박상원·이정재는 최고 인기를 누렸다.
뮤지컬 제작진은 음악과 명대사, 배역 등을 모두 바꿔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혜린 역의 유리아가 솔로 넘버 '모래시계'에서 폭발적인 감정을 쏟아낼 때 고현정이 연기했던 혜린은 완전히 잊히고, '나 떨고 있니?'라는 명대사는 없어도 '우석의 편지' 넘버에서 우석(송원근)과 태수(조형균)의 우정이 읽힌다.
극 초반 스크린 영상을 통해 관객을 단숨에 1980년 광주 한복판으로 이끄는 연출과 악역인 종도(임정모) 무리가 '삶의 방식' 넘버에서 다 함께 담배를 피울 때 훅 느껴지는 냄새가 현장감을 더한다.
작품은 모래알같이 무력해 보이던 인물들이 만드는 변화를 보여주면서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 모래시계를 건네는 듯하다.
혜린이 극 말미에 기자인 영진에게 던지는 "자, 이제 네 차례야"라는 대사는 마치 관객을 향한 것처럼 여운을 남긴다.
공연은 8월 14일까지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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