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한국 경제, 악재라는 긴 터널 지나야 할 시기

홍성완 기자 2022. 6. 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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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지속 여부 및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관건
5% 넘어선 소비자물가..연말까지 국제유가 100달러 선 전망
정책당국 및 경제기관들 한국 경제 성장률 예상치 2%대 중반 하향
수출보다 늘어나는 수입으로 무역수지 적자 지속될 것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의 경제는 악재가 겹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레이션 현상 지속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도 여기에 맞춰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 높은 수입물가는 우리 경제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국내외 경제 흐름에 따라 우리 경제도 올해 하반기 긴 터널을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억제가 화두인 만큼 어느 정도의 경기 침체를 감수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속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하반기 국내 경제 흐름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 높아지는 소비자물가, 낮아지는 GDP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지난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이하 통방문)을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제시했다. 지난 2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3.1%)보다 1.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금통위는 통방문에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5~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이 이처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올린 것은 이미 5%에 근접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원자재와 곡물 가격 강세 등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신임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6월 초 통계청이 물가상승률을 발표하는데, 우리(한은) 예상으로는 5%를 넘을 것 같다"며 앞으로도 수개월 동안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물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금통위의 통화정책 방향은 경기 침체보다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실제로 3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100)으로 1년 전보다 5.4% 상승해 2008년 8월(5.6%) 이후 1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은의 예상대로 5%대 물가상승률이 현실이 됐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려 있던 소비 수요가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와 각종 먹거리, 서비스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지난달 26일 보고서를 통해 "연말 (기준금리) 2.50%가 가능하다"며 "이창용 한은 신임총재의 '물가안정' 의지가 연내 금리인상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월 금통위 회의 결과 확인 이후 물가안정을 위한 선제대응 의지를 감안해 2.50%로 기준금리 전망을 상향한다"며 "내년까지도 고물가 우려를 진단했다는 점에서 금리인상 시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확대될 수 있으나 한은 총재도 강조했듯 하반기 추가정보 확인 이후 추가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자료: 한국은행) ⓒ연합뉴스

인플레이션 상황이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을 비롯한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했고, 앞서 지난달 1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8%로 하향한 바 있다.

KDI는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는 2022년 투자가 위축됨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가 반등하며 2.8% 성장한 후, 내년에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률이 2.3%로 하락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소비자물가가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4.2%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후, 내년에는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2.2%로 상승률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지난해 11월 1.7%로 예상했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한 것이다.

KDI는 경제성장을 하향 조정한 것에 대한 이유로 1분기 민간소비의 부진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주요국 금리 인상,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둔화 가능성 등을 꼽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글로벌 성장률 둔화와 국내외 통화 긴축 가속화 등을 반영해 올해 국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6%로 0.4%포인트 낮췄다.

무디스도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5%로 하향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2.5%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상훈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에 대해 높은 소비자물가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출부진으로 부정적 전망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은 기존 2.6%에서 2.5%로 추가 하향조정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기존 4.1%에서 4.3%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국 내수회복 모멘텀의 약화는 한국 수출에 부정적"이라며 "미국 내수확장으로 인해 대미 수출은 지지될 수 있을 것이나, 우리 수출의 미국 이외 지역 수출의존도가 높아 전체 수출 경기하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5월 1~20일까지 수출이 24.1% 증가했으나 일평균을 기준으로 보면 7.6%로 신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증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제유가 100달러 선 하반기 내내 이어질 것

인플레이션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국제유가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연말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당초 연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에 수렴할 것으로 전망해 왔으나, 이를 배럴당 100달러로 상향조정한다"며 "유가가 90달러를 향해 수렴하는 시점은 올해가 아닌 내년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가의 급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선진국들의 러시아 제재에서 비롯됐다"며 "러시아산 원유를 받지 않겠다는 지역들이 생겼고, 전체 글로벌 생산에 일일 약 300만 배럴(글로벌 전체 생산량의 3% 내외)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로 귀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공급 충격은 OPEC의 잉여생산능력의 활용(일일 276만 배럴 생산)이나 이란/베네수엘라 제재 완화로 완충할 수 있으나, 산유국 카르텔의 중요한 축이 러시아이기에 사우디나 UAE가 적극적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낮고, 이란 역시 핵협상에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 상승(기존전망 대비 +15%포인트)은 국내 GDP 성장률을 0.20%포인트 낮추고, 물가를 0.27%포인트 높일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분석은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경제전망모형(WQPM)를 이용한 수치로, 국제유가 외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 한국 기준금리 인상, 추경이 국내 경제성장‧물가‧시중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성장률 하향조정(기존 전망 대비 –0.8%포인트)은 올해 국내 GDP 성장률을 0.09%포인트, 물가를 0.02%포인트 낮추는 효과"라며 "한은 기준금리 인상(기존 전망 대비 +0.50%포인트)은 GDP 성장률을 0.10%포인트, 물가를 0.04%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신정부가 추진 중인 2차 추경(지출구조조정 감안해 20조원 반영)은 GDP 성장률을 0.07%포인트 높이고 물가를 0.02%포인트 높이는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 무역수지 악화 심화, 하반기 내내 이어져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역시 당분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액이 늘고 있긴 하나 수입액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5월 수출은 615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1.3%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수입액이 전년 대비 32% 늘어난 632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무역수지도 17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개월 무역수지 연속 적자 행진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한국 5월 수출은 전년대비 19.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조업일수 증가의 영향을 제외한 일평균 수출은 6.8%로 크게 둔화될 전망"이라며 "미국 모멘텀이 유지되지만 우리나라의 높은 EM의존도로 수출 사이클은 연말까지 하강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CPI는 수입농산물 가격상승과 리오프닝 등으로 근원물가 상승 압력이 두드러질 것"이라면서 "다만 전자에 해당하는 가공식품, 외식물가가 수요측 요인이라기 보다는 비용상승형 인플레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중립 이상의 금리인상은 이들 인플레이 억제 실효성과 경기 측면에서 공히 부담스러운 선택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3일 안영진‧조준기 SK증권 연구위원도 이 같은 전망과 궤를 같이 했다.

안‧조 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년 만에 열린 '다보스 포럼'의 공통 화제는 '인플레', '에너지', '식량 위기' 등이었다. 즉, 세계 경제를 보는 정책 당국과 학계의 시각은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보고서는 "올해 상반기의 화두는 인플레이션, 전쟁, 금리였다"며 "올해 하반기 인플레이션과 전쟁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에너지‧식량 위기가 지속된다는 것이 보편적 전제가 됨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형적으로 공급 사이드가 변수로 작용할 것임을 시사한다"며 "러시아 침공은 냉전 이후 세계 질서의 붕괴로 여겨질 전환점"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선 금리, 달러, 유가 등의 3고(高) 불황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금리인상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미국과의 경기차와 통화정책 디커플링으로 달러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이어지면서 소재‧농산물‧자원의 무기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80년 3저(低) 호황과는 대조되는 현상으로, 기업의 역마진 상태를 나타내는 국가의 무역수지 적자는 하반기에도 이런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여기에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제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안‧조 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에너지, 식량 위기 등 하반기 매크로를 전망하는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들"이라며 "공통 키워드는 스태그플레이션이고, 앞으로 펼쳐질 세계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경기에 반영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들은 보고서를 통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두 가지로 침체와 관리 상황을 제시했다.

안‧조 연구위원은 "첫 번째 안(침체)은 당기 최악의 결과일지 모르나 다음 기에는 최선이 될 수 있다. 사이클이란 것이 그렇다"며 "두 번째 안(감속)은 최악을 피할 수 있으나 효율적인 대안일 수는 없다. 시점을 이연시키기 위해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2가지 감속을 예상한다"며 "뚜렷한 경제의 감속이 누적될수록 긴축의 감속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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