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적 보복땐 긴밀 협의"..미, IPEF는 '반중국' 아니라지만

정인환 2022. 6. 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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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웬디 커틀러 전 USTR 부대표 기자회견
중국의 '자국 봉쇄' 인식에.."이제 내용을 만드는 과정"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3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아이피이에프)는 ‘반중국’이 목적이 아니다. 지역 내에서 긍정적 협력을 통해 실용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게 아이피이에프의 목적이다. ”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아이피이에프 참가국이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한-미 수교 140주년 기념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방한한 커틀러 전 부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주도한 미국을 대표하는 통상 전문가다.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에서 출범을 선언한 아이피이에프는 ‘통상 분야의 쿼드’로 부를 만하다. 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 4개국이 참여한 쿼드가 외교·안보적 측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다자 협의체라면, 아이피이에프는 참여국들이 무역 관행과 미래 핵심산업 등과 관련한 공통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중국을 배제·고립시킨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실제 아이피이에프 출범 선언문엔 ‘중국’이 등장하지 않지만, 중국 쪽은 “중국을 봉쇄하고 아·태 지역 국가를 미국 패권의 앞잡이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이 주장하는 ‘의도’와 중국이 받아들이는 ‘인식’ 사이의 간극이 창립 회원국으로 아이피이에프에 참여한 윤석열 정부가 풀어가야 할 외교적 난제다. 다음은 커틀러 전 부대표와 한 일문일답.

―미국이 아이피이에프를 추진하는 이유는 뭔가?

“인도·태평양이란 중요한 지역에서 경제협력을 추구하고 이끌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지난 2017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티피피·TPP)에서 탈퇴한 이후,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원하는 만큼 경제적 관여를 확대하지 못했다. 아이피이에프를 통해 이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애초 예상보다 출범과 함께 참여한 국가(12개국)가 많아 고무적이다.”

―아이피이에프는 자유무역협정이 아니어서 참여에 따른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 미국은 아이피이에프 참여국에게 무엇을 줄 수 있나?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기존 경제 관련 다자간 협의체의 핵심인 관세 인하나 시장 접근권 확대 등의 유인책이 아이피이에프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고, 아이피이에프는 참여국에게 기존과는 다른 여러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각 참여국의 역량 강화와 자금 조달을 지원할 수 있고, 특히 청정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협력할 수도 있다. 또 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비롯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

―아이피이에프가 한국·중국·일본·동남아시아연합(아세안)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과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알셉과 아이피이에프는 공존할 수 있다고 본다. 역내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도 존재하는 것처럼 보완관계로 어우러질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아이피이에프를 추진한 것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탄력적 공급망과 연결된 무역, 청정 에너지와 조세 및 반부패 등을 4가지 ‘기둥’으로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아이피이에프 출범 선언문에는 중국에 대한 언급이 없다. 중국 이외의 역내 다른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박진 한국 외교장관은 “중국이 아이피이에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중국이 지금까지 아이피이에프에 대단히 비판적이었기 때문에 참여에 대한 관심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이피이에프의 목적은 ‘반중국’이 아닌, 참여국 간 긍정적 협력을 통해 실용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한국은 미국과 중국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과 중국 모두 알셉 회원국이다. 강력한 공급망을 만들어 공급망 차질을 없애기 위한 것일 뿐, 기존 경제·무역관계와 아이피이에프를 놓고 양자택일을 하라는 건 아니다. 아이피이에프 참여국들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적 관여를 확대하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 한국 내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심하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 공급망과 투자를 다양화하는 것은 기후변화, 코로나19 등 팬더믹, 지정학적 변수 등에 대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은 아이피이에프를 통해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중국을 배제할 의도가 없다지만, 중국은 이를 자국 봉쇄로 인식한다. 아이피이에프 추진으로 되레 공급망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출범 당시 12개국이 참여했고, 이어 피지까지 13개국으로 늘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참여국 간 협의를 통해 채워갈 것이다. 출범 직후부터 참여국 간 아이피이에프가 다룰 내용의 범위를 구체화 하는 협의(스코핑 액서사이즈)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 이를 통해 4가지 ‘기둥’의 하위 내용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역시 이 과정에서 우선 순위와 우려를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제 내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니,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한국을 겨냥해 경제적 강압이나 보복에 나설 경우 미국이 지원할 것이란 명확한 보장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경제적 강압이나 보복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단히 중시하는 문제다. 동맹과 협력국과 함께 대응책 마련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경제적 강압은 직접적인 대상국 뿐 아니라 주변국도 그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보복을 받고 있는 리투아니아에 대해 수출입은행을 동원해 기업 신용 공여를 해주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또 리투아니아와 오스트레일리아가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과 관련해서도 분쟁해결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지원을 하고 있다.”

글·사진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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