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평양서 도로 닦고 다리 놓을 뿐"..군사적 확대 선그으며 섬나라 달래기
중국이 태평양 섬나라들과 맺으려던 포괄적 경제·안보 협정이 좌절된 후 군사적 목적에 선을 그으며 개별 국가 설득과 달래기에 나섰다. 중국의 행보를 안보 위협으로 바라보는 미국과 호주 등은 대중 견제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3일 태평양 도서 국가를 순방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일 파푸아뉴기니에서 화상으로 칸디 엘리사르 미크로네시아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중국과 태평양 섬나라간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중국과 태평양 섬나라들의 반세기 가까운 교류는 과거는 물론 현재와 미래에도 지역의 안보 안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초점을 맞추고 관심 갖는 것은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이라며 “우리가 섬나라에서 하는 일은 도로를 닦고 다리를 놓는 것이지 군사적 존재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크로네시아는 최근 중국이 태평양 섬나라들과 맺으려던 경제·안보를 아우르는 포괄적 협정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나라다. 중국은 지난달 30일 피지에서 열린 중국-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태평양 10개국과 경제·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의 ‘포괄적 개발 비전’을 논의하고 이에 관한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크로네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데이비드 파누엘로 미크로네시아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 앞서 주변국 정상들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이 제안한 협정에 대해 “불필요하게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면서 “잘하면 신냉전시대, 최악의 경우 세계 대전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이에 섬나라 순방을 이어가고 있는 왕 부장이 협정 무산에 주도적 역할을 한 미크로네시아를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선 것이다.
왕 부장은 이날 마크 브라운 쿡제도 총리 겸 외교장관과도 화상 회담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중국은 반세기 가까이 섬나라와 교류하며 양측 협력에 있서 시종일관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계속 섬나라의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로서 함께 발전을 도모하고 운명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툭하면 지정학적 쟁탈의 낡은 사고로 양측의 협력을 곡해하고 먹칠하려는 시도는 인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도서국들이 일시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단결을 증진해 개방된 지역주의를 견지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중국과 태평양 도서국의 관계 강화를 안보 위협 요인으로 느끼며 견제하고 있는 미국과 호주 등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태평양 지역에서 지역 안보의 기반인 제도와 질서를 위협하는 전략적 경쟁이 확대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최근 중국과 솔로몬제도가 맺은 안보 협정을 거론하며 “안보 이익이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가 태평양 지역에서 영구적 군사 기반을 건립하는 것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훼손하고 미국과 뉴질랜드에 안보 우려를 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은 지난 2일 중국과 협력 강화 협약을 맺은 사모아를 찾아 “주권 국가 스스로 안보 문제를 결정할 권리를 존중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지역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집단적 고려가 중요하다”면서 직접 우려를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중국과 태평양 섬나라의 정상적 협력을 왜곡·음해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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