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無信不立과 민주당

기자 2022. 6. 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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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 0.73%포인트 간발의 차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선 대패했다.

불과 2개월여 전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내세우고, 책임지고 물러난 당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등 대선 연장전으로 선거 국면을 만든 민주당의 자업자득이다.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패배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겠다고 약속했다가 대선 패배로 야당이 됐으니 계속 갖겠다고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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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대선 때 0.73%포인트 간발의 차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선 대패했다. 불과 2개월여 전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내세우고, 책임지고 물러난 당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등 대선 연장전으로 선거 국면을 만든 민주당의 자업자득이다. 민주당은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반성과 쇄신의 아름다운 말을 쏟아낼 테지만, 문제는 과거에 했던 많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력 때문에 민주당의 말을 믿기 어렵다는 점이다. 민심 이반의 원인은 내로남불, 자가당착, 적반하장, 오만과 독선, 반복되는 성폭력 사건,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 정치 등 손으로 꼽기에 넘치지만, 가장 근본적인 위기는 신뢰성의 상실에 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일 직전 자성한다며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폭력적 팬덤과 결별한 민주당,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을 약속했다. 그나마 대국민 이미지가 괜찮은 박지현의 호소는 그러나 민주당의 ‘양치기 소년’ 전력 때문에 빛이 바랬다. ‘위기만 넘기면 또 말을 바꿀 것’이라는 국민의 학습효과에 따른 믿음 상실을 극복하지 않고선 백약이 무효다.

민주당은 박원순·오거돈 시장의 성추행으로 발생한 보궐선거에 당헌을 고쳐 후보를 내보냈다. 조국 사태를 반성한다고 여러 번 얘기했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수사의 부당성을 또 주장했다.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패배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겠다고 약속했다가 대선 패배로 야당이 됐으니 계속 갖겠다고 뒤집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통과시킬 때, 공수처장 추천 과정에서의 비토권을 야당에 주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그 조항을 없앴다. 검찰개혁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일단락됐다고 했다가 대선에 패배하자 온갖 꼼수와 무리수를 동원해 검수완박을 밀어붙였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논어 ‘안연편(顔淵篇)’에 실린 공자의 말이다. 공자는 정치에 꼭 필요한 세 가지 중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식량, 군대가 아니라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民信)”이라고 대답했다.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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