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거두고 호가 올리지만, 살 사람도 없다".. 서울 거래 가뭄 심해질 듯

김윤수 기자 2022. 6. 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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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보유세 과세 후 더 짙어지는 관망세
급할 것 없어진 집주인, 급매물 거두고 호가↑
급매물에도 꿈쩍 안 한 매수세, 더 위축될 듯
2일 오전에 찾은 서울 은평구 녹번동 북한산푸르지오 아파트 단지. 전날 보유세 납세를 기점으로 이 단지를 포함한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한동안 시장에 풀렸던 다주택자 절세 목적의 급매물들이 다시 사라지고 있다. /김윤수 기자

“급매물이요? 1개 남았어요. 이게 빠지면 더 이상 급매물은 없다고 봐야죠.”

보유세 과세 기준일(6월 1일) 이튿날인 지난 2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서 만난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매매가격을 시세보다 낮춘 아파트 급매물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한동안 다주택자들이 보유세를 아끼기 위해 ‘똘똘한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 주택을 급처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납세가 확정된 후인 지금부터는 그들도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급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다시 뛰면서 안 그래도 얼어붙은 매수심리가 더 위축될 거란 생각에, 거래 중개가 생업인 이 관계자는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이 동네 대표 단지인 ‘북한산푸르지오’를 보면 이런 변화를 알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면적 84㎡는 서울 아파트 매물이 한창 풀리기 시작하던 지난 4월 17일 10억7000만원(18층)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지난해 10월 신고가였던 13억6500만원(12층)보다 3억원 가까이 실거래가가 떨어졌다. 보유세 과세일에 임박해 전세를 낀 매물이 급하게 나왔었다고 한다. 현재 나온 매물들은 10억9000만원짜리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 12억~13억원대로 채워졌다고 한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어차피 보유세를 내야 하는 집주인들은 (양도세 중과 배제 기한인) 내년 5월까지만 팔면 되기 때문에 10억9000만원 매물이 소진되면 더 이상 급매물은 모습을 감출 것”라면서 “사실 이 매물마저도 사려는 사람이 안 나타나고 지난달엔 이 단지 통틀어 거래가 1건도 안 됐다. 호가만 다시 오르는 꼴이라 거래 회복이 점점 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단지 인근의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도 “이제 12억원이면 급매물이다” “지금이 최저가다” “집주인들이 더는 호가를 낮추는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들 말대로 매도자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급할 것 없는 것는 매수자 역시 마찬가지다. 금리가 잇달아 오르면서 대출 이자 부담은 커지고 대출 여력은 줄어드는데, 이 동네를 포함한 서울 외곽 지역은 ‘똘똘한 한 채’ 선호에 따른 강남과 비(非)강남 간 양극화 현상으로 집값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급하게 살 이유가 없고 지금 나온 ‘최저가 급매물’이란 것들도 이들의 눈에 찰 리가 없다.

2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앞에 인근 단지인 북한산푸르지오를 포함한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김윤수 기자

급매물에도 매수자들이 반응하지 않았는데 이젠 급매물마저 사라지고 호가는 더 오르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높이 차이가 더 벌어지는 상황이다. 은평구를 포함해 아파트 거래 가뭄 속에서 그나마 최근 급매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던 서울 외곽의 여러 지역에서 이런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3단지’ 전용 66㎡는 현재 9억원대에서 최고 11억원에 호가된다. 지난해 11월 8억9500만원이었던 매매가는 급매물이 풀리던 지난달 12일 7억20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급매물이 소진된 후엔 호가가 다시 오른 것이다.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일단 내년 5월에 임박할 때까지 (호가를 내리지 않고) 지켜보다가 안 팔리면 그때서야 내릴 것 같다”고 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거래가 활발한 편인 노원구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도 호가는 뛰고 있다. 전용 50㎡와 59㎡는 각각 지난해 9월 8억7500만원과 9억8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된 후 지난 4월까지 8억원과 9억원 정도에 급매 거래가 이뤄졌다.

인근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 들어선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되진 않고 실거래가가 오르는 추세인데, 그런데도 매물들이 꾸준히 소진되는 걸 보니 앞으로 호가가 더 내려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현재 호가는 50, 59㎡ 각각 8억~8억5000만원, 9억~9억8000만원이고, 59㎡는 지난주 소폭 오른 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고 한다.

강남권에선 강동구 암사동 힐스테이트강동리버뷰 84㎡가 14억원짜리 급매물이 소진되기 전에도 다른 물건 호가는 20억원까지 다시 뛰었다. 지난 4월 신고가인 16억4000만원을 찍은 후 지난달 6일 나온 급매물이 15억2000만원에 하락 거래됐다. 이후 14억원짜리가 나왔지만 매수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인근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가) 대출 이자를 부담스러워 해서 (매수를) 망설인다”면서 “현재 나머지 매물은 15억5000만원에서 최고 20억원까지 호가된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급매물 회수가 금리 인상에 따른 매수세 위축을 부추겨 결국 아파트 거래 가뭄 현상이 당분간 심해질 걸로 전망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올해 하반기 매수자들은 금리 인상 추이를 보면서 매수를 더 신중히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여기에 매도자들도 보유세를 이미 내게 됐으니 가격을 더 내릴 이유가 없다. 양측의 눈치보기가 이어지다가 양도세 중과 배제 기한에 임박한 올해 말, 내년 초는 돼야 다시 급매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현재 가장 큰 변수는 금리 인상이지만 급매물이 회수되면 거래 가뭄이 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742건이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회복세이긴 하나 1년 전인 지난해 4월(3655건)의 절반에도 못 미쳐 여전히 거래 가뭄 해소까지는 요원한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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