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공시가격, 조사·산정체계까지 뜯어고쳐야 [핫이슈]

심윤희 2022. 6. 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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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폭탄' 논란을 부른 공시가격이 수술대에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11월 도입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상승 속도가 과도하게 빨라 국민 부담이 가중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탓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시세의 60~70%대인 주택공시가격을 단계적으로 90%까지 올리는게 골자다.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중인 '현실화율'을 공동주택은 2030년까지,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토지는 2028년까지 90%로 맞춘다는 계획이었다. 도입취지는 적정시세를 반영하고 부동산 유형·가격대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집값 급등과 맞물리며 세금 부담을 가중시켰다.

게다가 공시가격은 보유세 산정 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과속인상으로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이 기초생활보장 대상이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5%, 올해는 17.2%에 달했다. 정부는 세금 불만을 의식해 1주택자에 한해 지난해 공시가격으로 보유세를 매겨 부담을 덜어주기로했다. 하지만 이같은 임시처방으로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않다보니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제동을 걸기로 한 것이다. 또한 경제위기나 부동산가격 급등 등 외부 요인이 있을 때 현실화 계획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탄력적 조정장치 신설도 검토한다는데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공시가격의 또 다른 문제는 '깜깜이 산정'에 있다. 조사방식, 산정기준 등이 모호하다. 같은 층수, 같은 면적, 비슷한 조망권 등에도 불구하고 라인에 따라 공시가격이 들쭉날쭉하게 책정되면서 산정근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못했다. 그러다보니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높은 역전현상도 벌어졌고, 지난해 공시가격 이의신청 건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와 제주도 등 지자체들이 공시가격 산정 근거 공개와 지자체로의 공시가 결정권 이양 등을 강력 건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국토교통부장관이 표준단독주택과 표준지 가격을 결정·공시하고 시·군·구가 이를 기준으로 개별 주택과 토지 가격을 산정하는 구조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국토부 산하 한국감정원이 전수 조사해 책정한다. 표준지는 감정평가사협회 회원인 감정평가사들이, 표준 주택은 한국감정원에서 각각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개별 주택과 개별 토지는 각 시·군·구 지자체가 맡는다. 이렇게 공시가격 산정 기관이 나뉘다 보니 형평성, 적정성 문제가 자주 불거졌다.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11월까지 새로운 현실화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인상 속도조절 뿐 아니라 조사방식, 산정체계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시가격 제도 전반을 손질하기 바란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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