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입법 '홍수' 시대] ③입법권 존중 vs 좋은 법안..균형점은
"최소한 같은 당에서는 협의 과정 통해 중복 발의 줄여야"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김덕훈 인턴기자 = 법안 발의와 같은 입법 활동은 국회의원의 권한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다양한 구성원들의 권익 보호 등 법으로 규율해야 할 영역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국회가 국민과 정부 사이에서 합당한 방향으로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다만 법안 발의 건수가 의원의 의정활동 평가에 한 요소로 작용하고, 의원들이 이를 의식한 나머지 법안의 질적 수준을 확보하기보다 건수 올리기에 힘을 쏟는 행태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법안을 심의할 시간과 인력은 한정돼 있어 무의미한 법안이 많으면 그만큼 입법 활동에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전문가들은 의원의 입법권은 당연히 보장돼야 하고, 의원 발의가 늘어나는 추세 자체는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법안 발의의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성장까지 담보하려면 법률 제·개정의 영향을 사전에 검토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회 본회의 추경안 통과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97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2.5.29 [국회사진기자단] toadboy@yna.co.kr](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6/03/yonhap/20220603080035076tuxk.jpg)
"의원법안에도 사전 검토 절차 도입해야" 의견도
실적 올리기식 부실 입법이 많다는 이유로 의원입법 절차를 제도적으로 제한하기란 쉽지 않다. 자칫하면 국회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제출 법률안의 경우 규제영향분석과 부패영향평가, 법제처 심사 등 사전 검토 절차를 여러 단계 거치기 때문에법안의 현실성과 부작용 등을 미리 점검해 내용을 가다듬을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의원 입법은 이같은 절차를 적용받지 않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의원발의 법안도 위헌 가능성, 시행에 따른 소요 예산의 적정성, 사회·경제적 영향 등을 미리 따져보면 한층 더 정제된 법안을 만들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국입법학회장을 지낸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대 국가에서 법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면서도 "법 하나에 국가의 틀은 물론 국민의 일상도 종속되므로 입법의 질은 매우 중요하고, 비상식적 규제 등이 생기면 그에 따른 국민 생활의 폐해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 제도를 보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부 입법에 대해서는 영향평가와 같은 사전 검토 절차를 두는 경우가 많지만, 의원입법을 대상으로 삼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영국은 특정 입법의 영향과 비용, 편익 등을 폭넓게 분석하고자 영향평가(Impact Assessment) 제도를 운용한다.
영국의 영향평가 제도는 정부제출 법안과 의원발의 법안 모두를 대상으로 하며, 의원발의 법안에 대한 영향평가는 해당 법령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실질적으로 수행한다. 다만 명시적인 법적 근거를 토대로 운영되는 제도는 아니며, 평가 대상과 절차, 방법 등은 지침서를 통해 규정된다.
독일은 연방정부가 제출하는 모든 법안을 입법평가 대상으로 두되, 연방의회나 연방참의원(연방상원)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서는 연방의회 또는 참의원 요구가 있으면 입법평가에 준하는 검토를 하도록 했다.
다만 영국은 정부제출 법안이 의원발의 법안보다 중요하게 취급되고 우선시되며, 독일은 대부분의 법안을 연방정부가 제출하는 등 정치적 풍토가 다르기도 하다.
정부에는 아예 입법 권한이 없고 의회만 법안을 낼 수 있는 미국의 경우 규제영향분석 제도가 있지만, 의회에서 성립한 법률은 그 대상이 아니며 정부가 수행하는 규제정책과 그에 대한 하위법령에 대해 시행한다.
홍완식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질 높은 조례를 만들고자 사전심사나 영향분석 등을 수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런 방안을 국회가 입법권 침해로 여긴다면 국회 자체적으로 사전 심사제도를 운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TV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6/03/yonhap/20220603080035216rhzl.jpg)
시민단체도 의정 감시활동 '질적 평가'로 전환
표절로 의심되는 유사 법안이 우후죽순 중복발의 되는 상황도 국회의 법안 검토 역량을 약화하는 결과를 불러오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이 다른 의원들끼리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같은 정당 내 중복발의에 대해서는 의원끼리 협의하고 공동발의하는 제도가 있으면 좋을 것"이라며 "무분별한 중복발의를 막고자 같은 당내에서 이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지금은 중요 이슈가 터지면 소속 상임위 사안이 아님에도 의원들이 이목을 끌고자 너나 할 것 없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중복발의의 한 원인이 되는 만큼 의원들이 소속 상임위 관련 법안 발의에 집중하도록 하고 담당 분야를 특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다만 국회가 입법활동을 주도하며 많은 법안을 내놓는 것 자체는 국가 권력을 분산하는 삼권분립 원칙에 비춰볼 때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은 "의원입법 증가는 예전과 달리 의회가 입법권의 핵심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과거에는 국회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정부가 입법까지 주도했지만,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국회가 제 기능을 해야 삼권분립 정신에 맞다"고 했다.
민간 영역에서 의정감시 활동을 담당하는 시민단체들은 법안 발의 건수와 같은 양적 요소뿐 아니라 실제로 사회를 바꾸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지 등 질적 측면까지 비중 있게 고려하는 추세다.
참여연대는 사회 개선에 이바지했다고 판단되는 법안들을 '디딤돌 법안'으로, 반대 성격의 법안은 '걸림돌 법안'으로 선정해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선거를 앞두고 입법 성향, 자산 보유 현황,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낙선 후보자'를 선정·발표하는 등 질적 평가를 병행한다.
민선영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과거에는 정보공개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회의록 등 의정 감시에 필요한 지표도 거의 없어 발의안 양적 평가로 시작했던 현실적 문제가 있었다"며 "그러나 이런 방식이 의정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질적 평가로 전환한 지 꽤 오래됐다"고 말했다.
![[그래픽] 법률안 입안 절차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6/03/yonhap/20220603081008710xwyp.jpg)
pulse@yna.co.kr
[※ 글 싣는 순서]
①2년간 1만4천여건…급증하는 의원발의
②단어 하나만 바꿔놓고 '개정안 발의'
③입법권 존중 vs 좋은 법안…균형점은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신지, 가수 문원과 5월 결혼…"온전한 내 편 생겼다" | 연합뉴스
- 인천시 강화군, '탈세의혹' 차은우 모친 법인 현장조사 방침 | 연합뉴스
- 다윗왕 언급하며 10년 신도 성착취 혐의…전직 목사 구속기소 | 연합뉴스
- [쇼츠] 총 뽑지도 않았는데 빈손 시민 '코앞 사살' | 연합뉴스
- [쇼츠] 영화 한 장면? 급류에 '둥둥' 어린이…가로보 타고 극적 구조 | 연합뉴스
- [팩트체크] 화장장 못 구해 4일장 치른다?…'화장 대란' 가능성 있나 | 연합뉴스
- 강경 이민단속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美 국경순찰대장 | 연합뉴스
- 멕시코서 축구 경기중 무장괴한 난입 총격…11명 사망 | 연합뉴스
- 90대 노모 때려 숨지게 한 딸 구속심사…부검서 전신 골절(종합) | 연합뉴스
- 파주 국도서 사이클 훈련 중 사고…고교생 선수 숨져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