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중앙·지방권력 교체, 경제혁신 기회 삼아야
정치는 정책과 제도를 결정한다. 정치가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확대하는 정책으로 흐르면 경제성장에 기여를 하지만,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으로 나아가면 경제를 후퇴시킨다. 미국 하바드대학 경제학과의 필립 아지온 교수 등이 밝힌대로, 규제는 불신을 촉발하고 불신이 커지면 규제가 더 강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해 경제가 쇠퇴하기 때문이다. 신뢰는 경제발전의 기본 요소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우 교수는 가난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불신이 만연한데 있다고 했다. 개발도상국가와 선진국을 포함한 신뢰와 경제 성과의 관계에 대한 실증 연구들을 보면, 신뢰는 구성원들의 협력을 이끌고, 협력은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게 만들어 성장을 촉진한다. 또 신뢰와 협력은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혁신을 가능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국민은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말한다. 정치가 규제 강화와 그 일환인 선심성 지출에 치우치면서 경제성장과 일자리가 급속히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뿐 아니라 개인이 정부나 사회로부터 받는 교육서비스, 고용서비스, 복지서비스 등에 대한 규제와 지출도 급증해왔다. 이러한 서비스는 사람의 창의력과 생산성 그리고 삶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규제가 과도하면 정부가 지출을 늘려도 효과가 작다. 정부의 재정지출은 세계에서 가장 많지만 고숙련 인력의 부족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다. 청년과 여성의 학력수준도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고용율은 가장 낮은 나라 중의 하나에 속한다. 복지지출도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지만 고령층의 빈곤율은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새로 출범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크다. 새 정부가 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정부지출이 많아지고 규제가 강화되어도 성과가 저조한 ‘정부의 역설’ 문제와 ‘규제의 역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관성이 붙어 정부가 재정지출을 계속 늘림으로써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만든다고 거꾸로 갈 수 있다. 이보다 조금 낫지만 노동과 자본의 투입을 늘림으로써 경제성장을 회복하고 일자리문제도 해결한다고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 어떤 나라든 예외 없이 경제성장의 초기에는 노동이 그리고 어느 수준을 지나면 자본이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는가의 여부는 기술 혁신은 물론 제도 혁신과 인적자본 혁신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혁신은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사업과 시장을 창출한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불안은 혁신을 주저하게 만든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만큼 세대간의 불신이 크다. 디지털 전환도 빠른 만큼 계층간의 불신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가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려면 기업과 정부간의 신뢰와 협력 강화에만 그쳐서 안 된다. 개인과 정부, 개인과 기업, 개인과 개인으로 확대해야 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의 평가를 보면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디지털 시대 이전부터 사회 불신이 큰 나라에 속한다. 불신은 사회적 경직성을 일으켜 국민의 잠재력은 떨어뜨리고 갈등과 대립은 키운다.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를 키워 경제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새로 출범한 중앙과 지방정부 정치인의 역사적 사명이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2 월드컵 영웅 만난 尹…"폴란드전 보러 부산까지 갔어"
- 박지현 퇴진에 전여옥 "예상대로 아기복어가 다 뒤집어썼다"
- ‘브라질에 완패’ 손흥민 “높은 벽 느껴…실망보다는 배우는 기회”
- 민주당 자중지란…이재명 저격글에 前 비서 "한 대 맞자"
- 남매 탄 차량 추락해 동생만 사망…살인혐의로 오빠 구속영장 신청
- '한국에 놀러왔다고?' 브라질, 경기장에선 사나운 맹수로 변신
- '브라질전 대패' 벤투 감독 "빌드업축구는 계속...실수 줄이겠다"
- 이낙연 "민주당은 '그 짓'을 계속했다"
- 호주서 ‘세계 최대 식물’ 발견…“축구장 2만7500개 크기”
- “점심 굶고 커피 줄이고”…물가상승에 고시촌은 ‘보릿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