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제도개선·최저임금' 중재력 시험대 오른 이정식 고용장관

이정현 기자 2022. 6. 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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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제도개선-최저임금 등 노사 간 이견 커
노동계, 대정부 '투쟁' 선언..이 장관 가교역할 기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노동계를 만나는 것은 대선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2022.4.15/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근로시간 제도개선', '최저임금' 등 노동정책 현안에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윤 대통령이 초대 고용장관에 노동계 출신인 이 장관을 낙점한 것은 새 정부 고용노동 정책이 '친기업적'이라는 노동계 비판 속 이들을 끌어안기 위한 판단으로 받아들여졌다.

노동정책 현안에 대한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은 대척점에 서있다. 아예 노동계는 대정부 '투쟁'을 기본 전략으로 세운 상태다.

노동계가 정권 초기부터 정부에 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 이 장관이 윤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하는 중재력을 보일지 관심이다.

◇尹 공약, '근로시간 제도개선' 추진…보폭 넓히는 李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철강산업 안전보건리더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2022.6.2/뉴스1

이 장관은 최근 윤 대통령의 노동정책 중 핵심공약인 '근로시간 제도개선'의 본격 추진을 위해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서울 금천구 소재 뿌리기업인 ㈜오토스윙을 방문해 근로시간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사업주·근로자·전문가 등으로부터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들었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담긴 '노사 자율적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방안 추진을 위한 소통 행보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방안의 세부 과제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 업종별 특성에 맞춘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활용 지원,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 활성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인수위 시절 공개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정부는 늦어도 내년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개편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최대 1개월(신기술 연구개발직은 3개월) 단위로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범위에서 1주나 1일의 근로시간을 노사 간 자율 결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단위기간을 늘려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한다는 구상이다.

이 장관은 간담회에서 "근로시간 운영에 관한 노사 선택권을 확대하면서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국정과제에 담긴 철학"이라며 "현장 소통을 통해 합리적·균형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52시간 근무제 개선'이라거나 '근로시간 유연화'와 같은 노동계를 직접 자극할 수 있는 용어선택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노사 자율에 근거한 '선택적 근로시간 확대' 추진이라는데 제도 개선 방향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 노사 현격한 인식차…정부 입장은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2차 전원회의에서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2.5.17/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3일 고용부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3차 전체회의가 오는 9일 고용부 정부세종청사 최임위 전체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날 사용자·근로자 측 위원들은 노사 최초 최저임금 제시안을 공개한다. 이날 회의부터 본격 샅바싸움으로 접어드는 것으로, 서로가 제시한 최저임금안을 두고 협상을 진행해 가게 된다.

윤 정부 출범 후 처음 이뤄지는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에서 노사는 여느 때보다 큰 인식차를 보이며 충돌하고 있다.

최저임금에 적정생계비를 반영해야 한다는 노동계에서는 현행 최저임금 시급(9160원)보다 '2700원(29.4%) 인상'을, 경영계는 '동결' 내지 '3%미만 인상'선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노동계에서 30%에 가까운 인상 폭을 제시하지는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동결' 내지 '3%미만 인상'의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이는 경영계와의 간극 차는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공익위원들에게 투영될 수 있는 현 정부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최저임금 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원칙이지만, 이전 사례들을 비쳐볼 때 임금 인상 폭이 당시 정부 방향성과 궤를 같이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럴 경우 최저임금의 '동결' 내지 '소폭 인상'에 무게가 쏠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주장하면서 '속도 조절'을 얘기해 왔고, 현 정부 경제부처 컨트롤타워인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경제여건과 시장의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로 급격한 인상에 대한 부정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동계 반발이다. 노동계는 윤 정부의 여타 노동정책을 '친기업적'이라고 규정하며 새 정부 정권 초기부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노동계, 강도 높은 '투쟁' 방침…노동계 출신 李 장관 가교역할 기대할 수 있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1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2022년 세계 노동절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을 비롯한 대구, 부산, 광주, 제주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해당 집회를 진행한다. 2022.5.1/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한국노총은 최근 중앙집행위원회 및 2022년 2차 중앙정치위원회를 열어 현 정부의 각종 노동정책에 대한 기본 전략을 '투쟁'으로 정했다.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되 '투쟁'에 무게 중심을 두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새 정부의 노동정책 대응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선택근로 정산기간 1년 확대, 화이트칼라이그젬션 및 직무성과급적 임금체계 도입 등 규제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로 볼 수 있다"면서 "경총 등 사용자단체의 주장과 결합되어 궤를 같이 할 경우 반노동정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변화된 정치 환경을 고려해 2022년도 운동방향의 재검토와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되 '투쟁'에 무게중심을 두는 전략으로 한국노총의 주요 사업 계획을 수정한다"고 했다.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도 "불평등 양극화 해소와 물가 급등에 따른 노동자 서민의 생활안정을 목표로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윤석열 정부의 공약인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 제도 개악 분쇄 투쟁을 전개할 것"을 결의했다.

지난달 24일 이 장관과 만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정부에 뼈있는 말을 던지며 대정부를 겨냥한 투쟁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기업만 좋은 나라'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현 정부에서 수면 위로 부상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나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논의와 관련해서도 "정부가 나서 차등적용을 종용하고 부추기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또 산재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대재해법 손질을 얘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퇴행"이라고 정부정책을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노동계와의 '소통'과 '대화', '타협'을 통한 상호호혜적인 관계구축을 강조했다. 하지만 바람처럼 꽉 막힌 노동계 현안들이 풀릴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워낙 큰 탓이다.

노동계 한 전문가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정책들은 넓게는 과거 십수년의 노동생태계를 바꾸는 일"이라며 "이해집단이 광범위하게 얽혀있는 노동시장의 정책변화는 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관 한명의 역할에 기대 이런 갈등을 말끔히 해소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장관인 만큼 정부와 노동계를 잇는 가교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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