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오디의 추억/임창용 논설위원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주말 집 근처에서 산책을 하다 걸음을 멈췄다.
산책길에 버찌와 매실 열매는 가끔 봤지만 오디는 처음이다.
오디가 옛 추억을 소환한다.
입술엔 오디 물이 잔뜩 들어 진보라색 립스틱을 칠한 듯했고, 우린 서로를 놀리며 킬킬거렸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집 근처에서 산책을 하다 걸음을 멈췄다. 발아래 까만 열매들이 여기저기 물감을 입힌 듯 바닥에 짓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어 보니 제법 큰 뽕나무 가지마다 아이 손톱만 한 오디들이 탐스럽게 익어 가고 있다. 산책길에 버찌와 매실 열매는 가끔 봤지만 오디는 처음이다. 십수년간 지나다니면서도 뽕나무가 있다는 걸 여태껏 몰랐다니. 열매가 시선을 끌지 않았다면 이날도 무심코 지나쳤을 듯싶다.
오디가 옛 추억을 소환한다. 초등학교 시절 하굣길에 뽕나무밭이 있었다. 이맘때면 나무 줄기마다 다닥다닥 붙은 오디가 동심을 유혹했다. 누에를 키우는 데는 뽕잎만 필요한 터라 밭주인은 아이들이 오디를 마음대로 따 먹도록 내버려뒀다. 나와 친구들은 배가 불룩 나오도록 따 먹는 것도 모자라 빈 도시락에 오디를 가득 채우기까지 했다. 입술엔 오디 물이 잔뜩 들어 진보라색 립스틱을 칠한 듯했고, 우린 서로를 놀리며 킬킬거렸다. 6월은 열매들과 함께 내 추억이 익어 가는 달이다.
임창용 논설위원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초등생 자녀, 게임 아이템 400만원 결제…환불 불가라네요”
- 버스 창문 깨고 경찰 손 깨물고… 만취 20대女 체포
- [영상] 이근 전투 모습…기관총 쏘고 미사일로 탱크 조준
- “고등학교 급식에서 죽은 개구리가 나왔습니다”
- 오미크론 최초 감염 40대에 ‘징역형’ 구형 이유는
- 원룸 남녀 강제 성행위시키려 흉기 협박… 30대男 경찰 체포
- “웹서핑 그자체” 中 상하이대 방구석 수영시험(영상)
- 날마다 女 ‘몰카’ 촬영하다 검거된 日공무원...황당 처벌수위
- “풍경 찍었다”…외항사 파일럿, 핸드폰에 女사진들이
- “푸틴 맥주 더 없나요”…‘광대얼굴’ 푸틴 맥주, 뜨거운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