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로 흘러든 조각가 심문섭, 종착지는 고향 통영 바다

권영은 2022. 6. 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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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에서 물水로' 흐른다.

전시 제목은 사물을 조각하는 데서 수성의 물감으로 그리는 회화로 뻗어나간 그의 작업세계를 직유한다.

"그건 라디오 다이얼 돌리듯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조각가다 회화가다 장르 구분을 열심히 하느라 너무 늦었을 뿐이죠." 전시장에서 만난 그의 말이다.

회화는 조각의 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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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회화 선보이는 개인전 '물(物)에서 물(水)로'
6일까지 가나아트센터
조각가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심문섭씨의 평면회화 '제시-섬으로(The presentation-To the Island)'. 가나아트 제공

'물物에서 물水로' 흐른다.

조각가로서 일가를 이룬 심문섭(79)씨가 끌 대신 붓을 잡았다.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진 이후 회화 작업에 집중해온 그는 근작 중심의 그림 40여 점을 내건 개인전 '물物에서 물水로'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은 사물을 조각하는 데서 수성의 물감으로 그리는 회화로 뻗어나간 그의 작업세계를 직유한다.

"그건 라디오 다이얼 돌리듯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조각가다 회화가다 장르 구분을 열심히 하느라 너무 늦었을 뿐이죠." 전시장에서 만난 그의 말이다. 1970년대부터 대상을 재현하는 전통 조각에 반발해 이른바 '반(反)조각'을 주창한 그였던 만큼 붓을 든 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되레 "올 것이 왔다(심은록 미술비평가)"는 표현이 적확하다.

회화는 조각의 연장이다. 작가는 1975년 파리비엔날레에서 팽팽하게 짜인 거친 캔버스 표면을 사포로 꾸준히 문질러 해진 느낌의 작품 등을 내놓고 "입체적인 평면작"이라 했다. 평평한 캔버스 위에 최근 15년간 작업한 그림에선 조각의 흔적이 엿보인다. 크고 넓은 페인트붓으로 죽죽 그어내린 표면엔 밀려왔다 나가기를 반복하는 파도의 움직임이 담겨 있다. 그의 세계에서 조각과 그림은 맞서지 않고, 서로 물고 물린다. "나의 그림은 조각적인 사고와 회화적인 표현의 이중성이 서로 호응합니다."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바다를 그리는 조각가 심문섭씨. 가나아트 제공

종착지는 그의 고향인 경남 통영 바다(水)다. 일찍이 그는 "나의 작품 속에는 물이 흐른다" "나의 중심은 항상 바다에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2008년까지 중앙대 조소학과 교수로 20년 넘게 근무한 그는 퇴직 후 아예 통영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그리기 시작했다. 다만 "바다를 쳐다보면서 그리는 그림은 아니다"며 "내 뇌리에 각인된 총체적인 어떤 하나의 바다"라고 했다.

푸르다 못해 검푸른 그의 바다는 하나같이 스케일이 크다. 120호짜리 캔버스 6개를 합쳐 가로만 5m82㎝에 이르는 등 대작이 전시작의 주를 이룬다. 푸른 계열의 색조로 반복적 붓질을 한 작품들로, '단색화'와 함께 거론된다. 작가 본인도 "내 그림의 족보는 미니멀에 있다"며 "단색화 말고는 달리 이름 붙일 수가 없다"고 했다.

전시에는 그의 본령인 테라코타 조각 17여 점도 함께 선보인다. 그는 군 복무 당시 부대 뒤편 도자 공장의 흙을 주무르다 1969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특선하면서 조각가로 첫발을 디뎠다. 이후 1971년까지 3회 연속 국전에서 입상했고, 파리비엔날레(1971·1973·1975), 상파울루비엔날레(1975), 시드니비엔날레(1976), 베니스비엔날레(1995·2001) 등에 진출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파리, 도쿄, 베이징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가진 개인전만 30번이 넘는다.

전시는 오는 6일까지 이어진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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