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몰고온 변화들[광화문]
윤석열 대통령 취임 20여일. 곳곳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의 진원지는 윤 대통령 자신이다. 당선인 시절부터 김치찌개 냉면 빈대떡 잔치국수 따로국밥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일반 식당을 찾는다. 워낙 자주 가다 보니 이벤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보여주기식' 행보에만 집중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 권력자로서 이미지가 강했던 과거 대통령들은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권력의 문턱을 낮추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다가가는 건 어쨌든 반가운 변화다.
논란이 있었지만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 것도 이런 변화에 한몫하고 있다. 청와대와 달리 매일 출퇴근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되고, 집무실도 미국의 백악관처럼 수석비서관들과 같은 층에 있다. 장막 뒤 권력자가 아닌 일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다.
기자 입장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언론과의 적극적인 소통이다. 윤 대통령은 매일 출근길 대통령실 청사 1층에서 기자들과 약식 문답을 주고 받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청와대 시절 역대 대통령들은 경내 관저에서 기자들과 떨어진 건물의 집무실로 출퇴근했다. 취재진과 마주칠 일이 없었다. 청와대 기자들이 대통령과 문답을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일년에 한, 두 차례 있는 기자회견이 거의 전부였다. 지난 13일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청사 1층에 마련된 기자실을 찾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얼마나 자주 오실거냐'는 물음에 "자주 오겠다. 국민들이 잊어버리면 안 되잖아"라면서 너털웃음을 보였다고 한다. 언론과 소통하는 것이 곧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라는 대통령의 소신이 드러난 장면으로 비춰졌다.
대통령의 이런 언론관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전방위적이다. 대통령이 매일 기자들을 상대하는데 장관, 차관, 실무 국과장 등 공직 사회 전반이 언론과 소통하지 않을 수 없다. 변화는 공적인 영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만난 한 대기업의 홍보담당자는 기업들도 이런 변화를 유심히 보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사회 전반이 언론과의 소통을 경계한다면 기업들도 움츠러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담당자는 "특히 최고경영자(CEO)들은 사회 분위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면서 "새 정부의 언론관은 기업들이 사회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윤 대통령의 '민간 주도' 경제론에도 기대가 크다. 지난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시민사회, 환경단체, 노동계 목소리가 강하게 반영되면서 기업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았다는게 재계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대기업 총수, 기업인 등을 자주 만나는 등 '민간 주도 경제'에 대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만남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가진 것도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주요 기업들이 향후 5년간 총 100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인 지난 30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제는 정부가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 화답할 때"라고 말했다. "어렵고 복잡한 규제는 제가 직접 나서겠다"고도 했다.
우려도 있다. '정경 유착' '권언 유착' 등 과거의 어두운 유산들이 재연되지 않으란 법이 없다. 그렇다고 기업을 옥죄고, 언론을 적대시 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순 없다. 물가 급등과 경기 악화로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밀려오고 있다. 위기 극복과 국경없는 경제 전쟁의 최선봉에 기업들이 서야 한다. 갈수록 복잡하고 첨예한 이해관계가 분출되는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된 언론의 역할도 절실하다.
윤 대통령이 몰고 온 새로운 바람이 취임 초에 그치지 않고 임기 내내 이어지길 바란다. 기업과 언론도 높아진 사회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민간 주도' '언론과의 적극 소통'이라는 새 패러다임이 우리 경제와 사회를 한단계 올려놓는 선순환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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