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교육감 선거 무효표가 시·도지사의 2.5배

김은경 기자 2022. 6. 3. 03: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후보 몰라 안 찍어" 정당·기호도 없어.. 깜깜이 선거 반복
정당 지원없이 출혈 선거전.. 2018년엔 1인당 11억 써

매번 전국 교육감 선거 때마다 무효표가 너무 많이 쏟아져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6·1 지방선거 중 17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나온 무효표를 집계해보니 90만3227표였다. 전체 투표의 4%에 달했다. 시·도지사 선거에선 무효표가 35만928표(1.6%)였는데 2.5배 많은 규모다.

무효표는 투표용지에 아무도 안 찍거나, 여러 후보를 찍은 경우, 정규 기표용구를 사용하지 않거나 투표용지가 훼손된 경우 등이 해당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교육감 투표용지만 유독 실수로 훼손하거나 기표를 잘못 한 경우가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효표 상당수는 사실상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은 기권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감 선거는 투표용지에 정당명(名)이나 기호가 없다. 그러다 보니 누굴 찍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다른 선거보다 후보와 공약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낮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감 무효표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은 강원(7.6%). 후보가 6명으로 서울과 함께 가장 많았다. 서울도 21만7449표가 무효표였다. 전체의 4.9%였다. 서울은 시장 선거에서 나온 무효표 3만8242표(0.9%)보다 5.5배 많았다. 서울 최보선, 강원 조백송·민성숙 후보는 해당 지역 무효표보다 더 적게 표를 얻었다. 경남 교육감 선거는 접전 끝에 6750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는데 무효표는 4만8594표가 나왔다.

지난 2018년 교육감 선거에서도 전국적으로 97만여 표의 무효표가 나왔는데, 당시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49만표)의 갑절 규모였다. 2014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선 전체 투표수 중 11.5%가 무효표였는데 후보 6명 중 무효표보다 많은 득표를 한 건 2명뿐이었다.

교육감 선거에서 무효표가 유달리 많이 쏟아지는 이유는 관심도가 낮아 후보와 정책을 모르는 유권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발표된 지상파 3사 여론조사에서 17곳 시·도지사 지지 후보가 없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은 13.7~29.9%였지만 교육감 부동층은 34.1~57.8%에 달했다.

투표용지에 정당 이름이나 기호가 없이 후보 이름만 나열된다는 점도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기호 1번이나 2번을 차지한 후보가 유리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장치이지만, 후보를 모르고 투표소에 간 유권자는 막막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개선할 대안으로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동반 출마)’로 선거를 치르거나 대통령·지자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하자는 의견 등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교육감 선거제는 어떻게든 보완해야 한다는 데 교육계 중지가 모인다. 한국교총은 2일 입장문을 내고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평생 교육에 헌신한 교육 전문가가 진입하기엔 비용·조직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TV토론·정견 발표, 공보물 다양화와 같은 선거공영제 강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지원을 못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인지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선거 비용 출혈 경쟁이 심각하다는 문제도 있다. 2018년 선거에서 교육감 후보들이 쓴 선거 비용은 평균 11억여원으로, 시·도지사 선거 비용(약 7억6000억원)을 훨씬 웃돈다.

교육감 직선제 개선은 윤석열 대통령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광역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가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며 “교육감이 주민에 의해 선출되더라도 과도한 선거 운동을 합리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지방자치가 시·도지사와 구청장·군수 등으로 권한이 나뉘는 것과 달리 교육감은 광역 단위로 한 명이 막강한 권한을 가지는데도 무관심 속에 선거가 치러져 지방교육자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유권자와 더 가까운 구·군 단위의 교육지원청 교육장 선거 신설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