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에 쏙쏙 디지털 이야기]"1등도, 꼴등도 없어요" 자유롭게 도전하는 '비버 챌린지'

김학인 한성과학고 교사 2022. 6. 3. 03: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정보과학 흥미 끌기 위해 2004년 리투아니아에서 처음 시작
나라-인종-성별 등 참가 기준 없고 등수 제공 안해 도전에 의미 부여
작년에만 54개국서 300만 명 참여
'이틀간 비어있는 주차공간 찾기' 등 이해하기 쉽고 흥미로운 문제로 구성
주차장에 공간 12개가 있고 각 주차 공간 바닥에 번호가 있다. 월, 화요일 이틀 모두 사용되지 않은 주차 공간은 총 몇 개인지 구하는 문제다. 자동차가 주차된 공간을 ‘1’로, 비어있는 공간을 ‘0’으로 바꿔 생각할 수 있다. 이틀 모두 ‘0’인 공간의 개수를 세면 총 ‘4개’라는 답이 나온다.
‘비버 챌린지(Bebras Challenge)’라는 대회를 들어보셨나요? 동물 이름 ‘비버’가 들어간 대회라니! 이름만으로는 어떤 대회인지 알쏭달쏭한 이 대회는 2004년 리투아니아의 발렌티나 다기에네 교수님이 처음 시작했습니다. 다기에네 교수님은 학생들이 정보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고 학생들의 컴퓨팅 사고력을 길러주기 위해 이 대회를 생각해 냈습니다.
○ 등수도 비교도 없는 사고력 대결 마당

비버 챌린지는 모든 연령대(초1∼고3) 학생들이 특별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해결이 가능한 문제에 도전하는 대회입니다. 비버 챌린지는 컴퓨팅 사고를 즐기며 도전하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등수나 백분율, 국가별 비교 결과 등은 제공하지 않아요. 그런 점에서 대회보다는 ‘챌린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대회는 이후 혁신적이고 실질적인 정보과학 교육 모델로 주목받으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어요. 2021년에는 54개국에서 약 300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대회 이름에 들어간 ‘Bebras’는 동물 비버(Beaver)의 리투아니아어 표기입니다. 비버 챌린지를 처음 시작한 리투아니아의 정보과학 교육자들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리투아니아어 표기를 사용하지요.

비버 챌린지 문제는 나라, 인종, 성별,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실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소재와 상황을 반영한 매력적이고 도전적인 문제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이 문항 개발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그 기준은 △정보과학의 개념 및 컴퓨팅 사고력과 관련 있어야 하고 △사전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 △3분 안에 해결할 수 있어야 하며 △특정 소프트웨어나 시스템 없이도 문제를 풀 수 있고 △무엇보다 흥미롭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년 3월 공식 회원국들은 이러한 비버 챌린지 기준에 따라 문항을 제작하여 제출합니다. 5월 중 국제비버문항워크숍을 통해 각 국가에서 제출한 문항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협업을 거쳐 완성된 문항들로 문제은행을 구축합니다. 작업을 함께한 회원국들은 여러 나라에서 개발한 문제들을 공동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집니다. 올해 5월에도 북마케도니아에서 ‘국제비버문항워크숍 2022’가 5일간 열렸습니다.

○ 비버 챌린지 문제를 풀어보자!

그렇다면 비버 챌린지 문제는 어떤 모습인지, 얼마나 어려운지 함께 해결해 볼까요? 다음은 2017년 우리나라에서 그룹Ⅱ(초3∼초4)를 대상으로 시행한 문제입니다. 캐나다 워털루대 존폴 프레티 교수가 만든 ‘주차 공간’이라는 문제입니다.

그림을 보면 주차장에 12개 공간이 있고 각 주차 공간 바닥에 번호가 있어요. 각각 월요일과 화요일에 사용된 주차 공간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월요일, 화요일 이틀 모두 사용되지 않은 주차 공간은 몇 개일까요? 두 그림을 비교하면 어렵지 않게 정답이 ‘4개’라는 것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어떤 정보과학 개념이 숨어있을까요?

컴퓨터는 ‘전기가 있다’를 의미하는 ‘1’, ‘전기가 없다’를 의미하는 ‘0’, 두 가지 상태만 나타낼 수 있습니다. 컴퓨터에 저장되고 처리되는 모든 데이터들은 0과 1을 조합하여 나열한 것입니다. 비트(bit)는 이러한 0과 1을 저장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입니다.

이 문제 상황을 컴퓨터를 이용해 처리 가능하도록 자동차가 주차된 공간은 1로, 비어있는 공간은 0으로 표현하면 그림 아래 표와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데이터 재표현(Data Representations)’이라는 말로 부르는데, 이는 컴퓨터 과학의 한 영역입니다.

주차 공간의 사용 여부를 0과 1의 비트열로 표현하면 월요일의 주차 공간 사용 상황은 ‘101001 001010’, 화요일의 주차 공간 사용 상황은 ‘100100 000111’입니다.

2개의 비트열을 각 자리(위치)별로 비교해서 둘 중 하나라도 1인 경우는 월요일, 화요일 두 날 중 하루라도 사용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결과를 1로, 모두 0인 경우는 결과를 0으로 할 수 있겠네요. 결과에서 0이 월요일, 화요일 두 날 모두 주차 공간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0’의 개수를 세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비버 챌린지 체험 QR코드.
우리나라에서 비버 챌린지를 담당하는 곳은 한국비버챌린지(Bebras Korea)로, 정보과학 교육 전문가인 교수님과 선생님들로 조직된 비영리 단체입니다. 올해 비버 챌린지는 10월 말부터 11월 중 실시되고, 신청 기간은 9월부터 10월 중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전 세계의 학생들과 함께하는 정보과학 챌린지에 여러분도 도전해 보세요! 아래 QR코드로 접속하면 다양한 문항들을 만나 볼 수 있어요.

김학인 한성과학고 교사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