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의 180도 다른 소상공인 손실보상 접근법[오늘과 내일/박형준]

박형준 경제부장 2022. 6.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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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상에 본격 모습을 드러낸 2020년 초, 도쿄 특파원으로 일본에 있었다.

그랬기에 일본 정부의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일본에서 만난 경제 당국의 고위 공무원은 "처음에 한국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책을 보고 '이것뿐인 게 맞나' 싶어 몇 번이고 다시 봤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일본보다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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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 4중 보상하는 日, 미래 세대에 빚 떠넘겨
각자도생하게 하는 韓, 교부금 제도 개편 필요
박형준 경제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상에 본격 모습을 드러낸 2020년 초, 도쿄 특파원으로 일본에 있었다. 그랬기에 일본 정부의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도쿄에서 15m² 남짓한 공간에 한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지인 A 씨는 그해 4월 일본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실시했을 때 ‘곧 망하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정부는 도쿄도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음식점에는 오후 8시까지 단축 영업을 요청했기에 손님이 뚝 끊어졌다.

하지만 상황은 반대로 돌아갔다. 단축 영업에 응하면 하루 4만 엔(약 4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그 금액은 지난해 초 하루 6만 엔으로 늘었다. 가게 임차료 지원금(6개월 동안 100%), 주류 판매 제한에 따른 영업손실 보조금(매월 최대 400만 원)도 나왔다. 거기에 1회성으로 사업부활 지원금, 소규모 사업자 지속화 보조금 등도 받았다. A 씨는 “2년 동안 받은 정부 지원금을 다 합치면 2000만 엔 정도 되는 것 같다. 코로나19가 앞으로 계속되어도 끄떡없다”고 말했다.

올해 3월 귀국해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지인 B 씨를 만났다. 최근 2년 동안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두 차례 방역지원금 400만 원과 손실보상금 300만 원 정도라고 했다. 두세 달 임차료와 인건비를 내니 사라졌다. 그는 결국 올해 초 가게를 접었다. B 씨는 “알아서 살아남아야 했다. 코로나19로 임차료조차 못 낸 식당 주인이 자신의 식당에 불을 냈다는 신문 기사를 봤는데, 나도 꼭 그런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두툼한 손실보상은 참 부럽다. 지난해 일본에서 도산한 업체 수는 6030곳으로 1964년 이후 57년 만에 최저였다. 외식업, 여행업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지만 분명 정부 지원금으로 버텼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일본 정부를 비판한다. 선진국 최악 수준의 국가채무를 가진 일본이 또다시 퍼주기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일본의 세출은 175조6000억 엔으로 예년 수준(약 100조 엔)보다 크게 늘었지만 세입은 55조1000억 엔에 그쳤다. 결국 그해 평상시 두 배가 넘는 112조5000억 엔의 국채를 발행해야만 했다. 일본이 100조 엔 이상 국채를 발행한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해 상황도 비슷했다. 그렇게 늘어난 나랏빚은 후대가 갚아야 한다. 참고로 한국도 2020년에 세출이 크게 늘어 통합재정수지가 71조2000억 원 적자였지만, 적자 규모는 일본의 약 6%에 불과했다.

일본에서 만난 경제 당국의 고위 공무원은 “처음에 한국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책을 보고 ‘이것뿐인 게 맞나’ 싶어 몇 번이고 다시 봤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일본보다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국회가 약 62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추경 사상 최대 금액이다. 주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지원에 사용된다. 국가재정법에 제대로 근거한 추경인지, 물가 상승을 부추기지 않을지 등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상공인에게 ‘단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62조 원 중 23조 원을 교부금 관련법에 의해 지방교부금으로 의무 사용해야 한다는 데에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빠른 추경 집행과 비효율을 초래하는 50년 된 교부금 제도를 이번 기회에 손볼 것을 제안한다.

박형준 경제부장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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