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갈라진 세계가 부른 高물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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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중국산과 결별할 수도
인플레 잡다가 경기침체 우려
‘위드 인플레’ 시대 맞는 전략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 3월 주주 서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30년간 경험한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단언했다. 블랙록은 10조달러, 우리 돈 1경원이 넘는 돈을 굴리는 글로벌 큰손이다. 핑크 회장은 5년 전 주주 서한에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트럼프의 대중 무역 정책 등으로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는데, 더 나갔다. 애덤 포젠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은 최근 “점차 세계가 미국과 중국에 줄 서는 두 개의 블록으로 나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아직 세계가 완전히 갈라선 건 아니다. 그래서 세계화가 천천히 후퇴하는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sation)’ 시대로 규정하는 게 맞을 듯하다. 이 신조어는 2015년 네덜란드 경제 전문가 아지즈 바카스가 만들었는데, 영국 경제 잡지 이코노미스트가 2019년 1월 커버스토리로 다뤄 유행시켰다. 실제 무역과 자본, 정보, 인구 이동을 아울러 세계화 정도를 재는 DHL 글로벌 연결 지수는 2000년대 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다 2017년 정점 이후 횡보하고 있다.
세계화 후퇴는 전 세계에 물가 상승을 부른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대로 40여 년 만에 가장 높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대 물가를 볼 것이라고 하고 있다. 5%대 물가는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슬로벌라이제이션이 글로벌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더는 ‘값싼 중국산’이 세계 물가를 낮추지 못한다. 특히 미국 중심 경제권에서 그 영향이 크다. 골드만삭스는 세계화 후퇴로 미국의 근원 물가가 최대 2% 더 올라갈 것으로 추정했다. 둘째, 석유·곡물 등 원자재 공급망도 갈라서면서 원자재 수퍼사이클(장기 상승세)이 온다는 전망이다. 영국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마크 카니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물가를 낮췄듯이, 이를 되돌리는 건 인플레이션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물가 급등에 놀라 누구나 쉽게 인플레이션 틀어막기를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해법은 물가 급등 뒤에 있는 슬로벌라이제이션도 고려한 고차방정식이 돼야 한다. 갈라서는 세계를 다시 붙이지 않는 한, ‘물가 때려잡기’에 올인하다가 자칫 물가도 못 잡고 경기만 침체로 빠뜨릴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세 차례 ‘빅스텝 금리 인상’을 예고한 미 연준은 연착륙이 어려울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동시에 장기 물가 상승 기대는 3%쯤이 적정할지 모른다는 신호를 주고 있다. 2% 물가 목표를 고집하다가 올 수 있는 경제 충격을 고민하는 것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면서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블랙록이 제시한 올해 주요 투자 테마 중 하나가 ‘인플레이션과 같이 살기’다. 결국 미국이 ‘위드(with) 인플레이션’을 꺼낼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도 다소 높은 물가를 감수해야 하는 ‘위드 인플레이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무작정 물가 때려잡기만 하다 경제를 망가뜨려선 안 된다. 그렇다고 물가에 손 놓자는 얘기는 아니다. 가계와 기업 부담을 낮추기 위해 조세와 재정을 탄력적으로 쓰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의 비용 부담이 줄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소비자에게 떠넘기지 않을 수 있다. 밖으론 통상 질서를 주도할 힘을 키워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을 틀어쥘 수 있는 전략 기술을 확보해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슬로벌라이제이션 시대에 맞는 물가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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