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이 두 가지만은 꼭!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2022. 6. 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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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도 막을 내렸다. 낮은 투표율과 여당 압승의 의미를 여야가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한다. 2년 후 국회의원 선거까지 정쟁을 이어갈지, 미래 비전과 정책으로 선의의 경쟁을 시작할지 여야가 선택할 시점이다. 그러나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안위에 조그만 진정성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윤석열 행정부와 민주당이 다수인 입법부가 다음 두 가지만은 꼭 협치를 통해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첫째,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 조성을 신속히 시작해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실행전략의 핵심 내용은 2018년 기준으로 전체 탄소 배출량의 39%를 차지하고 있는 전력부문의 배출량을 ‘0’으로 줄이고, 38% 정도를 차지하는 산업부문 배출량의 80% 정도를 감축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전력부문 배출량의 75%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을 퇴출시키고, 산업부문에서는 철강 공정에 수소환원제철 방식 도입 및 시멘트·석유·화학·정유 과정에 투입되는 화석 연·원료를 재생 연·원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정부는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도입하고 원전의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의중을 비추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력부문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데, 이때 RE100를 구현할 수 있는 산업 인프라 조성이 핵심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산업부문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원전 등은 소비자 전력수요용으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재생에너지로 제품 생산이 가능한 ‘에너지 인프라’는 탄소중립 시대에 산업이나 기업의 입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미 선도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RE100를 구현하고 있다. RE100가 가능한 생산 환경을 국내에 조성하지 못하면 고부가가치 공급망에서 국내 입지 기업들은 제외될 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이 생산시설을 국외로 이전할 것이다. 그야말로 산업 공동화가 급속히 진행될 수 있으며, 특히 기존 산업이 집중되어 있는 영남지역은 미국의 ‘러스트 벨트’와 같이 쇠퇴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RE100 산업단지를 성공적으로 조성하게 되면, 고부가가치 기업과 산업을 국내에 유치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투자와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RE100 산업단지의 조성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전력계통의 분권화가 필요하며, 전력계통의 분권화는 전력산업의 재편을 야기한다. 대형 원전 중심의 전력 공급망은 전력계통의 분권화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으며, 따라서 SMR(소형모듈원전) 중심으로 원전 산업의 재편도 함께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정부와 국회가 협치해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않고서는 RE100 산업단지의 조성은 불가능하다.

둘째, ‘아시아 금융허브’를 서울에 유치해야 한다. 홍콩이 더 이상 아시아 금융허브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고, 주요 금융기관의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라는 미국 주요 언론사가 아시아 총국을 홍콩에서 서울로 이전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 규모 외에도 이른바 K문화의 확산과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으로 인해 금융허브 유치는 매우 실현 가능한 정책적 선택이 되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내가 만난 서구의 언론인, 펀드 투자자, 사업가들은 한결같이 아시아에서 서울을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꼽았다. ‘민간·정부·입법부·서울시 공동위원회’를 만들어 주택 문제와 일부 법제도의 정비를 해결한다면, 아시아 금융허브 유치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금융허브 유치는 금융산업 및 연관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유인할 수 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전에 영국에서 금융서비스업은 경제 전체 부가가치 생산의 약 9%를 차지하고, 240만명을 고용하는 최대 고용 산업으로서 정부 세수의 10% 부담했다. 이에 반해 금융위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금융·보험업은 2019년에 GDP의 5.6% 수준이고, 여전히 질적으로도 낮게 평가되고 있다.

금융산업과 법률·회계·컨설팅 같은 연관 산업의 발전은 음식이나 숙박과 같은 서비스 부문의 고부가가치화로도 연결된다. 탄소중립으로 이행하려면 중화학공업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의 전환은 불가결한데,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성장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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