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늘] 안녕하세요, 광주극장
광주극장은 1933년에 설립해서 지금까지 운영하는 가장 오래된 단관 극장이다. 아직도 가끔씩 필름 영사기를 돌리며 영화 시작 전에 타종을 두 번 울려준다. 시작 5분 전과 영화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지면 극장은 바깥세상과 분리된다.
나는 2014년부터 1년간 광주극장 사진을 찍기 위해서 드나들었지만 늘 무뚝뚝하고 무심한 극장의 내면은 간파하기가 어려웠다. 무거운 공기와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은 사진 몇 장으로 될 일이 아닐 성싶어서 어느 시점에서 접기로 했다. 8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사진들을 들춰 보니 광주극장은 나에게 나름 친절한 면을 보여주었음을 알 수 있었다.
광주극장을 찾아가던 날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광주에 가면 늘 들르는 쌈밥집에서 점심을 마친 뒤 여기서 광주극장이 가깝냐고 물었더니 광주극장이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손님 중 누군가가 대꾸했다.
“광주극장? 없어져부렀는디.”
“그려? 없어져부렀구만이. 요새 극장엘 안 다니께.” 종업원이 얼른 말을 이었다.
“네? 어제 그쪽허고 전화를 했는디? 그새 없어져부렀을까요?” 내가 능청을 떨며 대꾸하자 식당 안 사람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그럼 없어진 거 아니네. 요 길 건너 슈퍼를 지나서 가다가 은행이 나오면 왼쪽으로 꺾어서… 긍께 차로 가도 되고 걸어가도 되는 거리여.” 주인아주머니가 점잖게 결론을 내려주었다.
광주극장 자랑을 꼭 해야 한다면, “80년 넘는 세월 동안 도시가 발전하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와중에도 처음 있던 그 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고 자라나는 공간으로, 그대로 존치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광주극장지기 김형수씨는 말한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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