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서방의 러 제제 동참 요구에 석유 일일 65만배럴 증산 합의

박효재 기자 2022. 6. 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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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정유시설 및 석유 터미널. 로이터연합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2일(현지시간) 증산에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OPEC플러스는 향후 두 달 동안 일일 생산량을 65만배럴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계획했던 일일 증산량 40만배럴보다 50% 이상 더 늘렸다. OPEC플러스는 지난해 7월 2020년 합의했던 감산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바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당시 전체 감산 규모는 하루 580만 배럴 수준이었다.

OPEC플러스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연말까지 90% 줄이겠다고 합의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대규모 증산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앞선 EU의 러시아산 원유 부분 금수 계획 발표에 따라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시장의 우려는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OPEC플러스의 양대 핵심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증산량 대부분을 책임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라는 서방의 요구에 호응한 것이며, 미국이 OPEC플러스 핵심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FT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은 OPEC플러스와 사우디의 결정을 환영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우디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OPEC플러스의 증산 합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국가 방문을 불과 몇 주 앞두고 이뤄졌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곧바로 중동으로 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의 리야드에서 열리는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인권을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2018년 터키에서 발생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유력한 배후로 지목되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거리를 둬왔다. 석유 증산, 예멘 내전, 이란 핵협상 등을 두고 건건이 부딪쳤다. 특히 사우디가 석유 구매 결제 대금으로 미국의 패권 경쟁국인 중국의 위안화 결제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틀어졌다.

바이든 정부의 사우디와 관계 정상화 시도는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완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40년 만에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고유가를 잡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지난달에도 미국 관리들은 사우디를 방문에 증산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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