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교육감 후보, 이제 정당이 공천하자

2022. 6. 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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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정치적 중립성' 부작용 속출
인물·정책 이해도 높여 선거 치러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교육감 선거의 이슈는 미래교육 정책에 대한 논의가 실종된 ‘인물도 공약도 모르는 깜깜이 선거’였다는 점이다. 많은 유권자들은 투표장에서 이름만 나와 있는 투표용지를 보고 당황했다고 한다. 교육정책에 대해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지방자치’의 원칙과 교육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교육자치’의 원칙이 결합된 ‘지방교육자치’의 목적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지방교육자치제도가 실질적으로 도입되면서 기존 대통령이 임명하던 교육감은 교육위원회에서 선출하게 되었다. 1997년부터는 학교운영위원회 선거인과 교원단체 선거인으로 구성된 교육감 선거인단에서 선출하다가, 2000년부터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원 전원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하여 간접선거가 진행되었다. 간접선거의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제기되어 2007년에 처음으로 주민 직선제가 도입되었고, 2010년부터 지방선거와 함께 운영되고 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교육학 미래교육연구소장
교육감 선출 방식이 이렇게 자주 변화해 온 것은 그동안 많은 문제가 제기되어 왔기 때문인데 아직도 문제 제기가 많아서 안정적인 제도로 정착되지 못한 상황이다.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문제를 살펴보면 첫째,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 둘째, 교육감 후보와 공약에 대한 정보 부족, 셋째, 과도한 선거 비용의 문제로 요약해볼 수 있다.

교육감 선거제도의 문제가 복잡하고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교육감 선거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것이다. 헌법 제31조 제3항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로 보장’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해석과 제도화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의 내용과 과정에 있어서 정치적 편향성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교육감 선거제도가 정치적 중립성을 갖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데 첫째, 헌법의 해석상 ‘교육’과 ‘교육정책’의 개념과 활동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은 것이다. 교육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활동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른 정치적 활동이 내재되어 있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둘째, 교육감 선거는 명백하게 정치적 과정인데, 선거 과정에서 정치활동을 배제함으로써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제도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은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하여 정치적 입장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고, 언론에서도 보수와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라고 표현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제도와 실제가 괴리되어 있는 표리부동한 교육감 선거제도로 인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는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교육과 교육정책의 개념을 구분하여, 교육활동의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하되,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교육감은 정치적 활동을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주민의 민의를 수렴하는 교육감 선거제도는 정치적 과정이며 교육감은 정치적 지향과 교육정책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의 주민들이 교육감 후보와 교육정책의 방향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나 시·도지사 선거와 같이 정당이 교육감 후보를 공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당은 교육감 후보 공천 과정에서 교육철학과 비전,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감으로서의 자질을 면밀하게 검증하고, 주민들에게 그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인물과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정당 공천과 조직의 지원을 통해 선거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정당 조직의 도움이 없어서 교육감 선거 비용이 시·도지사의 1.5배에 이르는 심각한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교육학 미래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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