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원유를 인도산 세탁" 서방 제재 비웃듯 시장에 유통
해상서 환적 꼼수 회피도
유럽과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칼을 빼들었지만 원산지가 바뀐 러시아산 원유가 여전히 시장에 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휘발유나 경유 등 정제유 제품으로 탈바꿈한 러시아산 원유가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핀란드 싱크탱크 ‘에너지와 청정공기 연구센터’(CRECA) 등에 따르면 원산지를 불분명하게 바꾼 러시아산 석유가 인도 정유소와 수에즈 운하를 거쳐 대서양 일대로 수출되고 있다. WSJ는 이 같은 편법이 EU의 제재 효과를 떨어뜨릴 우려가 제기된다고 전했다.
최근 EU는 해상 수송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기존 수입량의 3분의 2가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EU는 연말까지 이 비중을 90%까지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러시아산 원유 유통의 핵심 허브 역할을 하는 나라는 인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산 원유 수출량은 지난 3월 하락했다가 4월 반등했다. 브렌트유보다 러시아 우랄유 가격이 배럴당 35달러 이상 저렴해지면서 인도가 이를 대량 구매했기 때문이다. 인도 거대 에너지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지난달 러시아 원유를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보다 7배나 많이 구매했다. CRECA의 선임분석가인 라우리 밀리비르타는 “릴라이언스가 할인된 러시아산 원유 화물을 맡아 이를 정제한 뒤 단기 원유 매매 시장에서 미국 수입자를 찾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해상 환적’도 러시아 석유 제품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WSJ는 지난주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젠 1호’라는 유조선이 서아프리카 해상에서 약 200만배럴의 석유를 실을 수 있는 원유 운반선 ‘로렌 2호’와 접촉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해상에서 원유를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분석가들은 로렌 2호가 지브롤터를 거쳐 중국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잠깐 멈춘 비, 내일부터 ‘최대 40mm’ 다시 쏟아붓는다
- [단독]“의병은 폭도” 문서, 이완용이 준 친일 훈장 ‘경찰 역사’로 전시한 경찰박물관
- [단독] 허웅 전 연인, 변호인 선임 법적대응 나선다
- 대통령실 “채 상병 죽음보다 이재명 보호…의도된 탄핵 승수 쌓기”
- 시청역 돌진 차량, 호텔주차장 나오자마자 급가속···스키드마크 없었다
- [속보]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국회 본회의 상정
- ‘밀가루에 진심’…대전엔 칼국숫집이 몇 개 있을까?
- [속보]윤 대통령, 25조원 소상공인 대책…“포퓰리즘적 현금 나눠주기 아냐”
- 민주당, 윤 대통령 탄핵 청문회 검토…탄핵 국민청원 100만명 돌파
- 국민의힘, 한동훈 제안한 자체 채 상병 특검법 놓고 ‘금식’ 논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