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위협에 대응" 덴마크, EU 공동 방위 합류

박용하 기자 2022. 6. 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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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트아웃 폐기' 국민투표 후
30여년 만에 안보 정책 바꿔
푸틴에 "유럽 결집" 메시지

덴마크가 30여년 만에 유럽연합(EU)의 공동안보방위정책에 참여키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국가들의 안보 불안이 심화되며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로의 결집 효과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TV2 등 덴마크 현지 매체들은 1일(현지시간) 덴마크 정부가 EU의 공동안보방위정책에 대한 예외 규정(옵트아웃)의 폐기를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한 결과 66.9%가 찬성하고 33.1%가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덴마크는 30여년 만에 해외 군사임무 수행 등을 포함한 EU의 안보·방위 협력에 동참하게 됐다.

덴마크는 1973년 EU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유럽공동체에 가입했지만, 1992년 EU 통합 당시 기본적인 협정이 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거부했다. 이 조약이 개별 국가의 주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덴마크는 이듬해 공동안보방위정책과 유로화 도입, 사법 협력 등에 예외를 두는 조건으로 조약을 수락했으며 이에 따라 EU의 안보 논의와 군사파견 등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나토 창립 멤버이면서도 EU의 공동안보정책에는 참여하지 않게 된 것이다.

덴마크가 30여년 만에 안보 방침을 바꾼 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덴마크 의회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불과 몇주 만에 향후 2년간 국방비를 70억크로네(약 1조2568억원) 증액했으며, 곧이어 EU의 공동안보방위정책 예외 규정 폐기를 묻는 국민투표를 추진했다. 덴마크 내에선 병력 파견이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예외 규정 폐기에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비해서는 소수에 그쳤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오늘 덴마크는 매우 중요한 신호를 보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유 국가를 침략하고 유럽의 안정을 위협할 때 우리는 힘을 합친다는 것을 유럽과 나토 동맹국, 푸틴 대통령에게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인사들도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찰스 미셸 유럽이사회 의장은 “덴마크가 역사적 선택을 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세상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서방에선 덴마크의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 안보 지형에 가져온 상징적인 변화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앞서 70여년간 군사적 중립국 지위를 고수하던 핀란드와 스웨덴도 최근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을 이유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오히려 그 전쟁이 주변국들의 안보 불안감을 키우고 나토가 자국 턱밑까지 확장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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