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or Stop" 신통기획 고민빠진 정비업계 왜?

신수정 2022. 6. 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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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도심공급]
신통기획 참여 52개 사업지 중 3곳 취소 검토
실익 없는데 무턱대고 참여한 사업지도 있어
"공공기여 불확실해, 조합 판단 쉽지않아"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재건축정비조합들이 오세훈표 정비사업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사업 속도가 빨라질 거란 기대감에 신통기획 참여를 결정했지만, 실익이 낮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현장에선 조합들이 실효성을 따질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 (사진=지지옥션)
신반포4차·2차 신통기획 참여 재검토 돌입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통기획 제고 분위기는 윤석열 정부의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확산하고 있다. 과거 민간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집값 폭등을 우려해 정비사업 기준을 엄격하게 다뤘던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공공이 나서서 정비계획 수립 기간을 단축하는 신통기획이 실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분위기다.

먼저 서울 서초구 신반포2차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은 신통기획을 두고 내홍이 벌어졌다. 소형 평형 등 공급 가구를 늘리라는 서울시의 요구를 수용한 조합 집행부에 일부 조합원들이 반대하며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조합은 기존 가구 수 1572가구 대비 17% 증가한 1840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었지만, 서울시가 공급 확대를 요구했다. 조합은 서울시 주장을 받아들여 30% 늘린 2051가구로 수정해 제출했다. 김영일 조합장은 “서울시에서는 최대 60%까지 공급을 늘려달라고 했지만, 주변 단지 사례를 감안해 30%로 늘려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조합의 수정안은 중대형 면적 확대와 고급화 단지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반발을 불렀다.

신반포 4차는 신통기획 취소로 가닥을 잡았다. 신반포 4차는 올해 초 서초구청에 신통기획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심사가 반년가량 지연되면서 주민들의 실망을 키웠다. 또 이미 기존 재건축 제도로도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 공람단계를 진행 중이어서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컸다. 무턱대고 참여 신청을 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평가다. 신반포 4차 조합은 지난달 6일부터 13일까지 신통기획 신청 취소 의견을 묻는 대의원 투표 결과 80%의 찬성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신통기획 대상지인 강동구 명일동 ‘고덕현대’는 강동구청 주도로 신통기획 참여와 관련한 주민들의 의견을 조사하고 있다. 신통기획 1차 대상지로 선정돼 정비계획을 마련하고 있었지만, 최근 일부 주민들이 신통기획 참여에 반대한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일부 주민들 단지와 맞닿은 명일동 ‘한양아파트’와 통합해 공공의 개입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공공성과 주민 요구를 조율해야 하는 서울시의 고민도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공공성과 주택공급 두 가지를 모두 고민하는 상황이어서 주민들의 의견을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주민이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신통기획을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여 공식 가이드라인 없어…“이탈 많아질 수도”

일각에선 서울시가 사전 회의에서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해 조합이 실익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울시는 신통기획을 통해 정비사업을 가로막았던 규제 등을 유연하게 적용, 사실상 완화하겠다고 강조한 반면 임대주택이나 공공기여 강화 등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정해놓은 환수 장치를 공식화한 바 없다.

이 때문에 신통기획 1호 사업으로 선정됐던 오금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임대아파트 비율에 대해 조합원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로 사업을 진행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당시 오금현대 재건축 조합원들은 예상보다 높은 임대아파트 비율(20.6%) 등에 반발해 사업 철회를 주장했고, 이후 서울시 측에서 수정된 계획안을 제시했지만 조합원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조합이 통합심의 대상에 속하는 사업장인지 명확히 판단해 실익을 따진 뒤 참여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환경·건축·교통 통합심의가 가능한 사업지는 전체 52개 중 9개, 환경·건축 통합심의가 가능한 사업지는 4개로 총 13개로 파악됐다. 조례에서 정한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국가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거나, 심의를 받아도 되지 않은 비대상 사업지 등 통합심의 제외 대상지는 총 36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공기여 조율부분에서 조합과의 의견이 많이 갈릴 수 있다”며 “조합은 사업 기간 단축에 따른 비용절감 분석을 명확히 하고 참여를 결정해야 신통기획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신통기획은 기존 재개발 재건축을 도와주는 계획이기 때문에 별도의 공공기여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그러다보니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임대주택 확보 조건 등이 완료되는 과정에서 정리될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신수정 (sjs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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