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오세훈, 구청장은 민주당..'교차 투표' 뚜렷한 서울 표심
정권 안정 고려하며 지역 일꾼 선택도..'줄투표' 경향 약화
6·1 서울시장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송영길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당선인에게 25개 전 자치구에서 지고 20%포인트 가까운 격차로 패했지만, 구청장 선거에서는 25곳 중 8곳을 지켜냈다. 서울시장으로 오 당선인을 선택했지만, 구청장은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주는 ‘교차투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송 후보 비토 정서와 인물 경쟁력을 동시에 따진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지지하는 광역단체장 기호대로 기표하는 ‘줄투표’ 경향이 강한 편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과 24명의 민주당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엔 줄투표 경향이 약해졌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송 후보는 서울 전 자치구에서 오 당선인에게 뒤졌다. 득표율 격차가 10%포인트 이내인 곳이 4곳(강북·은평·금천·관악)에 불과할 정도로 차이가 컸다. 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에서도 패배했다. 송 후보는 모든 자치구에서 민주당 구청장 후보들보다 2.06(강동)~20.05(성동)%포인트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시장은 오 당선인을, 구청장은 민주당 후보를 찍은 유권자 규모가 상당했다는 뜻이다.
교차투표한 A씨(38)는 “송 후보는 구태 정치인 느낌이고 유능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아 오 후보를 뽑을지 고민했지만 정부 출범 한 달도 되지 않아 밀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다 국민의힘을 찍으면 막무가내로 할 거 같아서 구청장 이하로는 모두 민주당을 찍었다”고 말했다. 인물 경쟁력과 정권 안정·균형론을 모두 감안해 교차투표를 했다는 말이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송 후보를 명분 없이 공천할 때부터 스텝이 꼬였다. 송 후보가 연고도 없는 서울시장에 출마하려 하자 서울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출마자 등이 반발했다. 민주당은 컷오프를 번복하면서까지 송 후보를 공천했다. 역시 교차투표를 한 B씨(35)는 “오 후보와 민주당 구청장 후보 모두 상대 보다 나아 보여서 선택했다”며 “송 후보는 인천 출신인 데다 586 용퇴론을 말해 놓고 서울시장에 출마한 것이 납득 가지 않는다”고 했다. 구청장은 삶에 도움이 되는 일꾼들을 골랐다는 것이다.
줄투표 경향이 약화한 데는 현직 프리미엄도 작용했다. 당선된 민주당 소속 서울 8곳 구청장 후보 중 7명은 현직 구청장이다. 높은 인지도와 임기 성과가 당선 기반이 된 것이다. 현직이 아닌 이순희 민주당 강북구청장 당선인도 네 번째 도전해 지역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지역일꾼론이 그나마 먹혀들었기에 교차투표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서울 지역 한 의원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래도 윤석열 정부에 대해 민주당이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해 구청장은 민주당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연·김윤나영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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