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난에 웃돈 붙고 신차보다 비싸기도 중고차업계 기현상

김동희 기자 2022. 6. 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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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급난에 완성차 출고 대기만 1년 6개월
자동차 생산 11만대 감소.. 지역 폐차 물량 58%↓
대전 서구 월평동에 위치한 자동차매매사업조합 제1전시장.[사진=대전일보DB]

반도체 수급난의 여파가 대전지역 중고차 시장 전반에 미치고 있다. 일부 중고차의 경우 신차 가격에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신차 출고 대란으로 올 1분기 완성차 생산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신차와 중고차 시장 모두 수요 대비 공급이 현저히 줄며 폐차 물량도 크게 줄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되며 거래 가격이 치솟자 운전자들이 차량 교체시기가 다가와도 폐차를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물류난으로 중고차 시장의 판매자들은 매입 경쟁이 붙어 마진율이 하락했고, 소비자들에겐 비용 상승 부담이 전가되는 등 구조적인 악순환에 갇힌 상황이다.

1일 엔카 등 국내 중고차 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대전지역 중고차 매물을 확인한 결과, 2022년식 최신형에 주행거리가 1019㎞인 현대 더 뉴 싼타페 하이브리드 1.6 2WD 캘리그래피 모델은 평균 4600만 원 수준에 형성돼 있었다.

신차(풀옵션 기준 4600만 원)와 같은 가격대로 옵션 여부에 따라 중고차 가격이 더 높은 셈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촉발된 반도체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신차 출시가 지연되자 중고차 시장으로 소비자의 수요가 몰리게 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한국의 자동차 생산 대수는 반도체 품귀 현상이 발생하기 직전인 2020년 1분기(80만 9973대)보다 16.35% 줄어든 69만 6114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전체적인 차량 생산량이 감소세로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유성구 도룡동에 소재한 자동차 대리점 관계자들은 "물류난으로 차량 생산이 원활하지 못한 탓에 최신형 기준 현대 싼타페 하이브이드는 16개월, 기아 스포티지는 18개월의 차량 출고 대기 기간이 발생한다"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6개월이 소요되는 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고차를 구매했다는 20대 강 모 씨는 "최장 2년 뒤에 차를 받는다면 현재 시점으로 신차라도 실제 차량을 수령할 시기엔 연식이 오래돼 괜히 신경이 쓰인다"며 "차라리 200만 원 정도의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매 즉시 바로 신형 차량을 탈 수 있는 중고차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전지역 폐차 물량도 감소세로 접어든 상태다. 완성차 출고 적체 현상이 도통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폐차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이날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전지역 폐차 물량은 1236대로 전년 동월(1074대) 대비 100대 이상 줄었다.

1분기 대전지역 폐차 물량도 감소세다. 올 1월부터 3월까지 지역의 폐차 물량은 총 2177대로, 2020년 같은 분기(3454대)에 견줘 58.3%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시장이 구조적인 악순환에 갇혀버렸다고 진단한다. 신차 출고 대란에 따라 판매자들은 중고차 시장에 내놓을 차량을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매물 단가가 올라 수익성이 악화되고, 판매자에게 가격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되면서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한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은 최소 1년 이상된 연식의 차량이 나오면서 형성되는 것"이라며 "신차 공급 대란으로 중고차 매물도 줄어들게 됐다. 이에 중고차 사업자들 간 경쟁이 붙어 매물값이 올랐고, 결국 판매자 매입가도 상승하게 되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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