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쿠르상 '아노말리'.."'분신'과의 조우, '진짜 나'를 찾는 과정"

조재현 기자 2022. 6. 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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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인물들이 자신의 분신을 대면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 책을 쓰게 됐다."

자신의 '분신'과 만나면, 우리는 실제 어떻게 반응할까.

텔리에는 "보통 소설은 한 명의 주요 인물이 여러 다른 상황을 겪어가며 이면을 탐색하곤 하는데, '아노말리'는 8명의 각기 다른 인물들이 동일한 상황에서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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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베 르 텔리에, '아노말리' 출간 기념 간담회
2020년 '아노말리'로 프랑스 공쿠르 문학상을 수상한 에르베 르 텔리에가 2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음사 제공) ⓒ 뉴스1

"서로 다른 인물들이 자신의 분신을 대면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 책을 쓰게 됐다."

자신의 '분신'과 만나면, 우리는 실제 어떻게 반응할까.

2020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 수상작 '아노말리'는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된 소설이다.

이 소설을 쓴 프랑스 작가 에르베 르 텔리에가 국내 출간과 서울국제도서전 참가를 위해 내한했다. 그는 2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노말리'의 집필 배경을 꼼꼼히 소개했다.

텔리에는 "보통 소설은 한 명의 주요 인물이 여러 다른 상황을 겪어가며 이면을 탐색하곤 하는데, '아노말리'는 8명의 각기 다른 인물들이 동일한 상황에서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노말리'는 '이상'이나 '변칙'이라는 뜻의 단어인데, 책은 같은 승객을 태운 같은 비행기가 3개월 사이 다시 착륙하는 다소 황당한 사건을 뼈대로 한다.

비행기에 탑승했던 청부 살인업자, 소설가, 뮤지션, 변호사, 백인과 흑인, 남성과 여성, 동성애자 등 다양한 인물들은 기억과 경험을 공유한 각자의 분신을 통해 삶의 진실과 마주한다.

시공간의 오류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텔리에가 말하고자 한 것은 바로 '자신과의 대면'이다.

접점이 없는 듯한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인간 실존'이라는 주제와 연결된다. 다만, 분신을 바라보는 등장 인물들의 태도는 각기 다르다.

2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에르베 르 텔리에. (민음사 제공)ⓒ 뉴스1

작가는 어떨까. 이와 관련해 텔리에는 "내 분신을 만났을 때 '내가 공유하지 못하고 협상할 수 없는 부분은 무엇인가' 생각해봤다"며 "소설을 쓰면서 내 의지로 결정한 삶의 양태, 나를 구성하는 여러 가치관은 누군가와 나눌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아노말리'는 작품성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흥행에도 성공했다. 아노말리는 평균 40만부가 팔리는 기존 공쿠르 수상작과는 달리 110만부 이상 판매됐다. 판권은 미국과 영국, 독일은 물론 중국, 이스라엘, 일본 등 45개국에 팔렸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기 전 썼지만, 결국엔 팬데믹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텔리에는 "코로나19로 금지된 비행기 여행이나 사람과의 만남 등을 다루다 보니 록다운(봉쇄령)에 지친 독자들에게 탈출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책의 제목 역시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텔리에는 "출판사에선 반대했지만 내가 고집을 부렸다"며 "무미건조하지만 코로나19로 '완전히 미쳐 돌아가는 세상'과 맞물려 멋진 제목이 된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2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에르베 르 텔리에. (민음사 제공)ⓒ 뉴스1

한국에 처음 온 그는 "한국을 잘 알지는 못한다"면서도 "코로나19 봉쇄령 기간 한국 영화를 많이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텔리에는 '기생충', '오징어 게임', '부산행'을 재밌게 본 작품으로 꼽았다. 좀비물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텔리에는 '부산행'에 대해 "좀비의 출연 후 사회 군상을 심도 있게 다뤄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소설과 희곡, 시를 쓰는 작가이자 과학 기자, 수학자, 언어학 박사인 텔리에는 실험적 문학 창작 집단 '울리포'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2019년부터는 이 모임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아노말리'는 울리포 소속 작가의 첫 공쿠르 수상작이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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