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기술혁신 없인 韓배터리 생존 못한다

박영서 2022. 6. 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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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미래모빌리티연구소 소장

미-중 배터리 공급망 갈등은 중국이 '제조 2025'를 통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여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 기술패권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NEV) 분야에서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기업들에 대해 보조금과 특혜 금융, 세금 감면 등 다양한 재정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등 불공정 관행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이러한 갈등은 바이든 행정부가 자동차 분야에서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면서 더욱 악화되었다. 2030년 미국내 신차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전환하고 이산화탄소 배출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정책에 따라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기차 배터리 국내공급망 구축이 긴급한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중국이 글로벌 배터리 생산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아 미래모빌리티의 헤게모니를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협을 느낀 것이다.

특히 배터리의 원재료가 되는 희토류와 희소금속의 공급을 중국 국영기업들이 해외투자를 확대하여 대부분 장악하고 있어 미국으로서는 지나친 중국 의존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내부의 자성론이 일었다.

반면, 중국은 경제안보를 내세워 기존의 공급망을 해체하면서 미국 주도의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이야 말로 동아시아와 전세계에서 경제질서를 망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여 공급망에서 제외하려는 최근의 정책들은 불공정한 것이며 성공하지도 못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두 강대국의 기술전쟁속에서 한국의 국익을 어떻게 지켜낼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미-중 배터리 공급망 전쟁의 와중에서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한국 배터리 3사와의 기술동맹과 합작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을 제외한 우방국 중에서 한국이 유일하게 배터리 대량생산 경험과 능력은 물론 선도적인 제품개발과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동맹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과 차세대 배터리 개발 관련된 신기술을 미국 업체들이 내재화할 경우 한국기업들이 경쟁우위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향후 과제이다.

앞으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의 와해(disruption)는 배터리 생산의 현지화가 확대되면서 배터리셀 보다는 원료의 공급중단이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한 공급 중단은 중국의 수출규제, 통상분쟁, 전쟁과 같은 인위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팬데믹, 엔데믹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통제불가능한 요인들도 있고 환경문제, 노동문제 등도 있다.

환경문제는 희토류 채굴 자체가 자연 파괴적인데다 정제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소요되고 환경오염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며, 노동문제는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콩고의 코발트 광산의 아동노동 착취는 물론이고 가공공정 자체가 노동집약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밸류체인을 얼마나 친환경적이고 친노동적으로 개선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패권 다툼에서 미-중 경쟁구도를 급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2015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제조 2025'이었다. 중국 정부가 지정한 7대 전략산업 중 자동차산업 분야에서는 혁신을 몰고 올 소위 '신에너지차(NEV)' 정책을 2016년 도입하였는데, 자동차의 파워트레인을 내연기관이 아닌 배터리로 전환함으로써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경쟁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사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여(20~30만대 규모의 공장 건설에 통상 2조원 소요) 장기간의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야 개발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막대한 조직과 인력이 필요한데, 전기자동차는 이러한 장벽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신생기업이라도 기술개발과 초기투자에 대한 큰 부담 없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수 있어 한때 중국 내 450개 이상의 전기차 생산업체가 난립하였다.

중국은 NEV 전략을 통하여 더 이상 외국업체들의 내연기관 관련 기술 이전과 투자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배터리 전기차로 전환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아울러 중국 주요 도시의 심각한 공해를 완화하고 글로벌 온난화가스 감축에 중국이 적극 기여함을 홍보함으로써 산업 주도권과 환경 개선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 중국산 자동차의 수출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중국의 BYD, 쉬펑(Xpeng), 니오(Nio), 리오토(Li Auto) 등 자동차 신생기업들이 자동차 선진국인 유럽과 미국으로의 진출을 확대하고 있고, 저가 시장인 아세안, 아프리카, 중남미, 동유럽 등지로도 그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미국의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필두로 한 무공해차(ZEV) 의무판매제와 연방정부의 기업평균연비제도(CAFE) 등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내연기관을 전격 포기하고 친환경 전기차와 클린에너지로 급선회하였다. 그러나 미래차의 핵심 동력원인 배터리의 자국내 공급기반이 미미하여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여야 하는 사실에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꼈다. 글로벌 팬데믹 이후 미국의 자동차업체들이 반도체 부족 등 글로벌 공급망 와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내 배터리 밸류체인의 취약성은 심각한 정치적 이슈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미국 기업들이 수익성과 효율성에 보다 중점을 둔 결과 미국내 배터리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대책으로 배터리 원료 생산에서부터 배터리셀 제조, 재활용까지 미국내 기술력과 공급망을 보완하기 위해 동맹국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자국내 배터리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였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도 결국 중국이 참가하는 RCEP이나 CPTPP 등 다자협력체의 대안으로서 중국을 배제한 동맹국들과의 경제적 연대를 통한 공급망 확충이 주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Big3는 한국의 3대 배터리업체들과 미국내 합작투자를 의욕적으로 확대하고 있는데, 최근 미국 정부는 배터리 자국내 생산 지원에 31억불, 배터리 리싸이클링 프로젝트에 6천억불 규모의 지원계획을 발표하였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으로 미국내 120GWh 규모의 기가팩토리를 건설 중이며, Ford는 SK온과 합작으로 미국내 129GWh 규모의 BlueOvalSK 배터리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또한 Stellantis는 LG엔솔(캐나다 온타리오) 및 삼성SDI(미국), SK온(장소 미정) 등과 최근 북미지역 기가팩토리 합작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의 주요 구성품은 배터리, 모터, 인버터, 컨버터 등이며, 그 중에서도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에너지밀도는 높이면서 제조원가를 여하히 인하하느냐가 향후 미래모빌리티 경쟁에서의 우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현재 배터리는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주류인데, 액체상태의 전해질과 손상되기 쉬운 분리막 등으로 열폭주(thermal runaway)의 위험성이 잠재되어 있으며, 충방전이 거듭될수록 더욱 불안정한 상태가 되고 매년 2~3% 정도 성능도 저하되어 10여년이 지나면 통상 70~80%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들을 보완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양극재와 음극재에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배터리의 안정성과 에너지밀도, 성능,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와 관련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GM이 LG엔솔과 협력하여 개발하고 있는 Ultium cell도 이러한 신소재 배터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적으로는 액상의 전해질을 겔(Gel) 형태의 폴리머나 세라믹, 유리와 같은 고체로 대체하는 전고체배터리(Solid state battery)를 개발하여야 한다. 전고체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밀도가 높아 한번 충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길고, 안정성이 높아 충전속도도 빠르며 수명도 길다. 반면 가격은 리튬이온 보다 오히려 15~35% 저렴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다양한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300여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데 2025년경이면 상용화가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만약 전고체배터리가 상용화가 되면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가 안고 있는 화재위험, 충전속도, 수명 등의 단점들을 해결함으로써 전기차 시대에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모빌리티의 핵심 동력인 배터리 공급망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어떤 정책과 전략을 펴나가야 할까.

앞서 언급하였듯이 무엇보다 경쟁력있는 차세대 배터리의 조기 개발과 상용화에 투자를 확대하고 배터리의 핵심원료인 희토류 및 희소금속의 대중국 의존도를 점차 낮추어 나가면서 대체공급원을 확보하여야 한다. 최근에 배터리의 양극활물질에 대해 고가의 코발트 함량을 줄이고 니켈 함량을 늘려 삼원계(NCM 혹은 NCMA 등) 배터리로 전환하고 있는데, 앞으로 니켈과 망간, 알루미늄도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보다 저렴한 철, 황, 공기(산소) 등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연구되어야 한다.

또한 배터리의 핵심원료인 리튬은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향후 대체공급원을 확보할 때까지 중국이 중심인 RCEP이나 참가신청한 CPTPP 등 다자통상 플랫품을 적극 활용하여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배터리는 우리기업들이 세계 최다 특허를 보유하는 등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희토류의 경우 광산 확보에서 채굴, 가공 및 배터리 그레이드(battery-grade)로 정제하기까지 적어도 10여년이 소요되므로 당분간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유지가 필요하다.

또한 한미간 배터리 동맹은 우리 기업들의 미국내 비즈니스 여건을 개선하고 배터리 및 원료 공급망 확충과 차세대 배터리 신기술 개발에 유리한 기회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내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기술이전이 촉진되고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주도권이 향후 미국으로 넘어갈 경우 우리 기업의 위상 약화가 우려된다. 따라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앞당기고 관련 특허를 확보하는 등 기술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여야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을 리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전기차 생산 증대에 따른 배터리의 국내 생산량 부족도 우려되는데, 정부의 장기계획에 따라 2025년 73만대의 전기차 생산을 위해서는 약 50GWh의 배터리가 필요하며, 현대기아차가 최근 발표한 2030년 144만대 생산을 위해서는 약 100GWh의 배터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 배터리 생산능력은 현재 약 32GWh으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향후 배터리 교체수요와 다양한 전기동력 이동수단들의 증대, 스마트기기, 전자제품, ESS 등 여타 산업용까지 감안하면 해외 생산분을 역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

국내 배터리 생산기반이 취약하여 역수입하게 되면 그만큼 국내생산 제품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고, 배터리 생산투자가 해외에 집중됨에 따라 국내 고용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국내 기술경쟁력도 저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배터리 공급체계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되는데 완성차업체들은 리스크 축소 및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배터리 개발 및 생산을 내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완성차 업체가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듯이, 전기차 생산 초기 물량이 크지 않을 때는 외주를 통해 배터리를 조달하지만 점차 전기차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면 보다 안정적인 품질과 공급망 확보를 위해 자체 개발과 생산을 고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자동차업체들도 미래동력원인 배터리의 개발과 공급을 배터리업체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신기술과 소프트웨어 개발은 자체적으로 하고 배터리업체들과 협업하여 기가팩토리를 통합 설치하여 생산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 모빌리티 관련 배터리의 원재료부터 중간재, 최종제품까지 탄탄한 생태계 육성을 위해 국내 배터리 밸류체인에 유니콘 기업들을 적극 육성하여 대기업과의 상생을 도모하고, 순환경제 육성을 통한 희토금속의 재활용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현재 전국 4개 권역에 '전기차 폐배터리 회수·재활용 거점센터'를 설립하였으나 폐배터리를 단순히 수집하여 보관하고 있는 상황인데, 잔존가치가 있는 폐배터리는 ESS로 재활용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희소금속을 친환경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조기에 개발하는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련 생태계 육성이 필요하다. ※본 기고의 원문 출처는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79호'임을 밝히며, 원문의 저작권은 동아시아재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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