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너마저'..車 반도체난 늪에 빠진 국내 완성차업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완성차업계가 좀처럼 판매량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간 홀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던 르노코리아도 지난 5월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국내 완성차 5개사 모두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하락했다.
두 자리수 역성장을 보인 지난 3월과 4월 보다는 소폭 개선됐지만 판매량 부진은 여전하다. 현대차의 올해 1~5월 누적 판매 대수는 167만4554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2% 줄었다. 기아의 경우 2.5% 줄어든 119만45대를 기록했다.
특히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30% 급감한 12만1773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산타크루즈가 월간 최대 판매 기록을 세우고 제네시스가 18개월 연속 성장세를 보였음에도 판매량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에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여파가 확대되면서 판매량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유연한 반도체 배분과 차량 생산 일정 조정 등으로 공급 지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 내실 있는 판매 전략 등으로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수출은 총 1만2932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9.3% 증가했다. 두 달 연속 전년 대비 증가세로, 트레일블레이저가 형제 차종인 뷰익 앙코르 GX와 함께 총 6471대 수출되며 실적 전반을 견인했다. 스파크와 말리부도 각각 2792대, 597대 수출되며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43.8%, 675.3% 증가를 기록, 4달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GM 역시 반도체난을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카를로스 미네르트 한국GM 영업·서비스·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업계 전반에 걸쳐 장기화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칩 수급 이슈와 이로 인한 생산 차질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자동차 역시 내수는 부진했지만 수출은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5월 내수 4275대, 수출 4007대를 포함 총 8282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6% 줄어든 수치로, 내수는 12.5% 감소했고 수출은 4% 증가했다.
반도체 등 부품 수급 제약에 따른 백오더(주문대기) 물량 등 적체물량이 발목을 잡았다. 부품 공급차질로 인해 수출 선적 적체물량만 1만대를 넘어섰다. 쌍용차는 적체 물량을 조금씩 해소 중이라며, 수출이 올 월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하는 등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나홀로 플러스 성장을 보였던 르노코리아자동차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5월 내수 3728대, 수출 4863대로 전년 동월 대비 17% 감소한 총 8591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을 견인해왔던 수출이 특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전년 동월 대비 14.9%, 전월(1만7990대)과 비교하면 73% 감소한 4863대를 기록했다. 유럽서 인기를 끌면서 수출 성장의 주역이던 XM3가 지난달 대비 1만3000여대가 적게 팔리면서 하락폭이 커졌다.
반면 내수는 전월과 비교해 60% 이상 실적을 회복했다. 수출이 부진했던 XM3가 국내에서는 전년 동월 대비 93.8% 증가한 1907대를 판매하며 내수 실적을 견인했다. 엔진 타입으로는 1.6 GTe 모델이 1413대, 1.3ℓ 가솔린 터보 엔진의 TCe 260 모델이 494대를 차지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전월까지 부품 수급 공급 차질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본격적인 회복세는 6월 이후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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