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와 마주하며 '진짜 나'를 찾길 바랐죠

박대의 2022. 6. 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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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공쿠르상 수상작
SF소설 '아노말리' 작가
에르베 르 텔리에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어떤 예술 분야라도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생각해요. 자신과 대면한다는 설정은 이미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나오던 설정입니다. 새로운 주제는 아니지만 접근 방식을 달리해보고 싶었어요."

2020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 수상작인 '아노말리'의 에르베 르 텔리에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텔리에는 2일 자신의 소설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면서 진짜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노말리(Anomaly)는 이상이나 변칙이라는 뜻의 단어다. 주로 기상학이나 데이터 과학에서 '이상 현상'이나 '차이 값'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텔리에의 소설은 2021년 3월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여객기에 탑승한 사람들이 3개월 후 동일한 항로로 이동한 또 다른 자신과 대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공상과학(SF) 장르 소설이다.

"작품을 구상할 초기에 나라면 어떻게 반응할지를 생각하면서 시작했어요. 한 명의 주인공이 여러 사람을 겪어가며 자신의 이면을 탐색하는 게 보편적인 소설 특징인데, 저는 모두에게 똑같은 상황을 주고 여러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생각했어요. 보통 소설을 쓰는 방식과는 완전히 반대로 한 거죠."

시공간에 생긴 오류로 똑같은 사람들이 탄 비행기가 두 번 착륙한다는 설정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자신과의 대면'이다. 제3자인 모습으로 자신을 만나는 특이한 현상이 서로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등장인물을 그려내면서 독자들이 자신의 모습은 누구와 가까운지를 맞춰보는 재미를 더했다. "편집자들은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고 걱정했지만, 제가 원했던 것은 각각의 인물이 자기를 대면하는 것을 여러 형태로 구현해야 독자들이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텔리에는 르몽 크노, 조르주 페레크, 이탈로 칼비노 등 세계적 작가들과 마르셀 뒤샹 등 예술가가 참가한 실험적인 문학 창작 집단 '울리포(잠재 문학 작업실)'의 회원이다. 2019년부터는 모임 회장직을 맡고 있다. '아노말리'는 울리포 소속 작가의 첫 공쿠르상이며, 110만부 이상이 판매되는 인기를 누렸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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