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명가' 쌍용건설, 7년만에 새 주인 맞는다

정석환 2022. 6. 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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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세아그룹, 두바이투자청 보유지분 인수 추진
실사후 8월까지 계약 목표
유통·호텔·수소에너지 등
M&A 통해 사업확대 주목
해외 건설도 시너지 기대
쌍용건설이 오는 7월 준공할 예정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로열 애틀랜티스 호텔 전경.
'해외 건설의 명가' 쌍용건설이 7년 만에 국내 기업 품으로 돌아온다.

쌍용건설은 2일 "세계 최대 의류 제조 및 판매기업인 세아상역을 보유한 글로벌세아그룹이 쌍용건설 인수에 나섰다"고 밝혔다.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세아그룹은 최근 쌍용건설 최대주주인 두바이투자청(ICD) 측에 쌍용건설 입찰 참여의향서를 제출하고 인수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M&A 대상은 두바이투자청이 보유한 쌍용건설 지분 99.95%다. 두바이투자청이 보유한 구주와 쌍용건설이 발행하는 신주를 글로벌세아그룹이 매입하는 방식으로 M&A가 추진된다. 인수 작업이 차질 없이 마무리되면 국내 도급 순위 30위(작년 기준)인 쌍용건설은 2015년 두바이투자청이 인수한 이후 7년 만에 국내 기업 품으로 돌아온다.

두바이투자청이 쌍용건설 매각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투자계열사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쌍용건설은 최근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대형 해외 건축 현장 공사 일정이 차질을 빚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두바이투자청은 M&A보다는 기업공개(IPO)나 M&A 과정에서 자금을 대는 공동투자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인수한 후 쌍용건설이 두바이 일대에 호텔, 리조트 사업을 활발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정유 공장 등도 많이 지은 상황에서 수익성 등을 감안해 매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바이투자청은 글로벌세아그룹에 쌍용건설의 주식매매 대금보다 더 큰 규모 유상증자를 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쌍용건설에 따르면 해외 건축 손실이 2021년 결산에 반영됐고, 우발채무가 없어 유상증자를 통한 신규 자금 유입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두바이투자청은 국부펀드인 만큼 수익성뿐만 아니라 책임감 등도 중요하게 본다"며 "두바이투자청은 '매각하면 끝'이라는 이미지를 남기기보다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세아 입장에서도 매각 측인 두바이투자청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인수할 회사에 투자하는 셈이니 나쁘지 않고, 쌍용건설 입장에서도 투자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세아그룹은 두 달가량의 실사 작업을 진행한 뒤 오는 7~8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실사 과정이 남아 있어 주식매매 금액과 유상증자 규모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인수하는 만큼 국내 주택·토목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전통적인 '리모델링 명가'로 알려진 쌍용건설은 최근 인천에서 추진 중인 리모델링 가운데 최대 규모인 인천 부개주공3단지 사업을 SK에코플랜트와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했다. 사업비가 4707억원에 달하는 이 사업은 기존 1724가구 단지가 1982가구 규모로 늘어난다.

쌍용건설은 올해를 아파트 브랜드 '더 플래티넘' 저변 확대를 위한 원년으로 삼고 활발한 분양과 사업 수주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쌍용건설은 올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물론 광역시를 집중 공략해 총 14개 단지 약 81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쌍용건설은 이번 M&A를 통해 국내에서는 글로벌세아그룹 관련 공사와 유통 관련 건설사업 진출, 각종 민간개발사업, 주택·호텔사업, 수소에너지 등 미래사업, 플랜트 관련 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글로벌세아그룹의 투자 경험과 쌍용건설의 기존 역량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디벨로퍼로서의 사업 확대를 추진할 수 있다. 특히 세아그룹이 진출한 중남미에서 다양한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쌍용건설은 1977년 쌍용종합건설이라는 사명과 함께 쌍용양회 건설사업본부로부터 독립해 출범했다. 1986년 사명을 쌍용건설로 바꾼 뒤 해외에서 굵직굵직한 사업을 수주하며 '해외건설의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쌍용건설은 1980년 4억달러 규모 싱가포르 래플스 시티 복합건물 사업을 수주하며 싱가포르에서 활발한 사업활동을 이어갔다. 래플스 시티 복합건물 사업이 호평을 받으면서 1989년에는 싱가포르의 래플스 호텔 리모델링(내부 복원)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1877년에 개장한 래플스 호텔은 싱가포르의 '국보급 호텔'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래플스 호텔 리모델링 사업은 초창기 설계도면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던 탓에 세계적인 주요 건설사들도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로 선정된 뒤 쌍용건설은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를 뒤지며 래플스 호텔 과거 모습을 찍은 사진을 찾고, 당시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수소문해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싱가포르에서의 쌍용건설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해외에서 위상을 쌓아가던 쌍용건설은 1990년대 후반 발생한 외환위기로 모기업 쌍용그룹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시련을 겪는다. 워크아웃 대상 기업이 된 쌍용건설은 2002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대주주가 변경되는 등 지배구조가 불안한 상황에 놓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해외에서의 실적은 꾸준히 이어갔다. 쌍용건설이 2010년 준공한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라는 평가를 받는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건물 구조가 워낙 독특했던 탓에 건축가 역시 자신의 구상대로 호텔이 세워질 것이라는 상상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쌍용건설은 2015년 두바이투자청으로 인수되며 중동 쪽에서도 활발히 사업을 이어갔다. 사업비 12억3000만달러가 투입된 두바이 특급호텔 '로열 애틀랜티스 리조트&레지던스'는 오는 7월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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