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총력 이해진 "불리한 싸움에서도 이겨야 리더"

임영신 2022. 6. 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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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비공개 사내간담회
끝까지 고민하면 정답 찾아와
리더, 때론 포기할줄도 알아야
블록체인·NFT 등 미래기술
사용자 입장서 가치 따져봐야
"리소스 부족 등 불리한 싸움에서도 이겨야 리더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달 31일 현업 일선에서 회사의 기술·서비스 개발을 이끌고 있는 리더를 대상으로 한 비공개 사내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간담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를 비롯해 일하는 방식이 바뀐 가운데, 팀원들을 이끌어온 리더들을 모처럼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이 GIO가 직접 현장 리더들과 대화에 나서 주목된다.2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이 GIO는 "실패도 좋은 경험이라고 말하지만, 리더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지면 안 된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경험담도 공유했다. 그는 2011년 대지진이 강타한 일본에서 직원들과 한국으로 돌아갈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 10년에 걸친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렸지만, 이를 이겨낸 결과 최초로 성공한 해외 서비스인 인터넷 메신저 '라인'이 탄생했다고 했다.

이 GIO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 똑똑하게 포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일본에서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인터넷 메신저 라인이 탄생할 즈음 한국에서도 같은 종류의 서비스인 '네이버톡'을 개발 중이었다. 이 GIO는 한국의 네이버톡에 더 많은 개발 인력과 자본을 투입했지만, 일본에서 20여 명이 한두 달 만에 개발한 메신저를 선택했다. 훗날 이 메신저는 일본을 비롯해 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이 GIO는 "한국 네이버톡을 접겠다는 결단을 내리기까지 잠을 못 자고 계속 고민했다"며 "끝까지 고민하다 보면 정답을 찾는 순간이 오는데, 지금 포기하지 못하는 리더는 여기까지 고민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패를 경계했지만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 GIO는 타자석에 선 야구 선수를 예로 들며 "헛스윙(실패)을 하더라도 감독이 보기에 다음 타석에서 공을 맞힐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면 기회를 다시 줘야 한다"고 했다. 성공에 가까운 실패라면 세컨드 찬스(두 번째 기회)야말로 가장 큰 격려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GIO가 리더에게 성공을 주문하는 이유는 '헛스윙을 열 번 하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공을 제대로 때려야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해진 GIO가 스스로 실패의 쓴 맛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의 후배와 다름 없는 직원들에게 배트를 길게 잡고 열 번 헛스윙을 하지 말고, (배트를) 짧게 잡고 진루타라도 치는 게 낫다고 조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GIO는 사회적책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인터넷 시장에서 여러 거품을 보며 미래 기술이라도 밸류(가치)가 확실하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블록체인·가상화폐와 관련해 사용자에게 가치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때 서비스에 적용하는 게 네이버가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봤다.

네이버는 블록체인·대체불가토큰(NFT) 서비스의 경우 관련 법제화가 진행 중인 일본에서 Z홀딩스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도 투자자에게 줄 수 있는 밸류를 고민하며 책임감 있게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폈다.

리더의 자질로 변화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단위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는 게 이 GIO가 회사 중간관리자 역할을 맡은 책임리더에게 던지는 첫 번째 공통 질문이라고 한다. 플랫폼 시장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만큼 기존 방법을 고수해서는 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GIO는 "단순히 '지난 1년간 고생했습니다'만으로는 부족하다. 네이버의 리더라면 적어도 1년이 지났으면 조직이든 사업이든 무엇이 달라졌는지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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