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는 삼성SDI 팔라는데..국내 증권사는 "저평가"
시장점유율 하락·경쟁심화 우려에 영업익 20% 하향
LG엔솔·SKIET 2%대 오를 때 나홀로 3.5%↓
증권사 "실적 개선세 긍정적"..배터리 업계 "소신 리포트"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씨티그룹이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절반으로 낮추고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의견을 내면서 주가가 휘청거리고 있다. 경쟁사 대비 보수적인 증설 전략으로 추가적인 점유율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을 꼽으며 매도 의견을 냈다. 반면 국내 일부 증권사들은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실적 성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반박하며 매수 유지 의견을 피력해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삼성SDI의 주가가 고전한 배경에는 씨티그룹 보고서의 혹평이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삼성SDI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조정하고, 목표가를 93만원에서 48만원으로 하향했다. 전기차 부문에서 주문자상표부창생산(OEM)의 각형 전지 소비가 점차 줄어들면서 삼성SDI의 대형 전지 모멘텀이 약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씨티그룹 관계자는 “각형전지가 다른 전지에비해 신뢰성과 성능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다른 전지의 신뢰성을 보완한 배터리 관리시스템 (BMS) 기술 발전으로 다른 전지에서도 신뢰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CATL 을 비롯해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의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각형 배터리시장의 추가 경쟁도 프리미엄 전기차시장에서 삼성SDI 의 입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장 점유율 하락과 경쟁심화도 투자의견을 조정한 요인으로 꼽힌다. 시티그룹 측은 “삼성SDI는 전기차배터리 부문에서 국내는 물론 중국 기업에 비해 보수적인 증설을 하고 있어 추가적인 점유율 하락이 예상된다”면서 “삼성SDI의 점유율은 2020년 5.8%, 2021년 4.5%, 올해 1분기 3.6%로 하락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에도 주목했다.
씨티그룹은 “삼성SDI의 영업이익을 올해부터 2024년까지 17~20% 하향하며, 에너지솔루션 사업에 멀티플을 11.3배(이전 22.4배)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동종업계 멀티플 대비 최대 40% 디스카운트된 수치다.
국내 증권사들은 중대형전지 부문의 실적 개선세를 예상하며 “저평가 구간”이라고 반박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캐파 증설에 가장 보수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점진적인 실적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면서 “5세대(Gen.5) 배터리 비중 확대를 통해 중대형전지 부문의 꾸준한 실적 개선세가 예상되고 있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주가는 2023 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21.1 배, 상각적영업이익(EV/EBITDA) 11.4 배 수준으로 동종 업종 내 높은 밸류에이션 매력도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각형 전지 경쟁 심화, 증설에 보수적, 시장 점유율 하락, 자동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등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며 “부정적인 리포트와 CATL이 BMW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뉴스로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업계 일각에선 씨티그룹의 보고서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SDI가 미국 내 합작 투자에 나선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면, 배터리업계는 생산능력이 열세에 놓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일찌감치 신증설에 나서 오는 2025년 북미지역에서만 생산능력을 각각 215기가와트시(GWh), 94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지난달 25일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Stallantis)와 미국내 합작법인 설립 및 신규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2025년 1분기부터 생산에 본격 나선다. 초기 연간 23GWh 규모의 배터리 셀·모듈을 생산하기 시작해 33GWh로 확장할 계획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의 생산능력과 비교하면 삼성SDI의 증설 투자가 때늦은 감이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라며 “외국계 투자기업이다 보니 상장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모멘텀 약화와 시장 점유율 전망에 대해 가감 없이 투자의견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불체포특권 ‘방탄조끼’입은 이재명…비리의혹 수사 ‘안갯속’
- 선거 후 가세연 혼란…김세의 "강용석 캠프가 뒤통수 쳤다"
- 손혜원 "민주당 패배는 이낙연으로부터...이재명은 불씨 살려"
- '역대급 진땀승' 김동연, '흙수저 신화' 넘어 '대권 잠룡' 부상
- 비, 청와대서 '깡' 부르나… 단독공연 예고
- "그 쓰레기(이재명) 때문에"…文 '좋아요' 눌렀다? 전말은
- 이낙연 "민주당은 '그 짓'을 계속했다"
- '손흥민이 후보에도 없다고?' PFA 올해의 선수 탈락에 논란 가속
- 재개발 빌라투자, 리스크 줄이는 방법이 있다고요? [복덕방기자들]
- “점심 굶고 커피 줄이고”…물가상승에 고시촌은 ‘보릿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