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텃밭 세종서 참패한 원인..민심 무시 '오만', 땅투기, 교통체증

송승화 2022. 6. 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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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공무원·시의원 땅 투기…공시가 최고 134% 폭등 ‘세금 폭탄’ 민심 요동
이춘희 전 시장 특공 아파트 취득·상가 매입 경위 논란…교통문제 한몫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사과 놓고 지도부 자중지란도 '패착 중의 하나'

[뉴시스=세종]지난 1일 나성동 이춘희 더불어민주당 세종시장 후보 캠프에 모인 지지자들이 출구 조사결과 지는 것으로 나오자 탄식과 함께 아쉬워하고 있다. 2022.06.01. ssong1007@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송승화 기자 =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당은 ‘바늘 하나 꽂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진보 진영의 철옹성 같았던 세종시가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를 시장으로 선택한 것은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큰 이변의 하나다.

세종시민들의 파격적 선택은 결국 민주당 소속 시장, 시의회를 장악해온 시의원 등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무시한 ‘오만’과 악화해온 시 교통문제 등 시정운영의 문제점 등이 합쳐진 결과로 분석된다.

1일 최민호 국민의힘 후보는 52.83%를 득표해 3선을 노리던 민주당 이춘희 후보(47.16%)를 5.67%p의 비교적 여유 있는 차이로 따돌리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사실상 압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해찬 전 의원이 정치적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는 세종시는 세종시장과 국회의원 2명, 시의원 17명이 모두 민주당 인사들로 채워져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곳이다. 교육감도 전교조 출신 진보 성향이다.

세종시에서 민주당 침몰의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세종시의원과 공무원의 땅 투기 문제, 이춘희 전 시장의 시정 운영 문제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세종에서 수년째 공인중개업을 하는 임 모씨는 “지역의 반민주당 분위기가 본격화 된 것은 지난해 3월 불거진, 연서면 스마트산단 인근에 대한 공무원과 시의원의 땅 투기 의혹 때부터다”라며 “사전 정보로 땅을 사들인 뒤 시세 차액을 얻어 부를 증식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나서부터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 투기에 연루된 공무원과 시의원 전원이 무혐의 처분을 받고 도리어 면죄부만 준 꼴이 됐다”며 “또 세종시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오갈 곳 없어 ‘전세난민’이란 말까지 생기며 민주당에 대한 지지철회에 불을 지폈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춘희 전 시장의 공무원 특별공급 아파트 취득 경위에 따른 시민들의 박탈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시민은 “과거 이 전 시장 부인의 세종시 노른자위 위치에 있는 상가 취득과 특공 아파트가 맞물리면서 등을 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한 최민호 국민의힘 후보가 2일 새벽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22.06.02. ppkjm@newsis.com


이 전 시장의 시정 운영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대표적인 것이 택시와 교통체증 문제다. 2017년 이후 352대로 묶여 있던 세종시 택시가 최근 조금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택시 잡기가 너무 어려워 시민들의 이동에 큰 제약이 많은 실정이다. 자가 운전수단이 없는 경우 도심 내 이동이 쉽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이 폭등해온 것이다.

세종시의 좁은 도로망으로 인한 교통 체증 심화 등도 이 전 시장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세종시 설계는 이 전 시장이 과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재임 시 이뤄진 것으로 평가되면서 특히 비판을 많이 받았다. 시내 도로망이 너무 협소해 폭증하는 차량운행을 제대로 감당 못하면서 특히 출퇴근 시간대 교통체증이 심화, 시민들의 반 이춘희 정서를 더욱 촉발한 것이다.

시민 김 모씨는 “출·퇴근 러시아워 때 일부 구간은 주차장처럼 변하고 신호등은 4번이나 받아야 통과할 만큼 체증이 심각하다”며 “행복도시 교통은 천국이 아닌 지옥으로 가고 있는 데도 지난 8년간 개선된 점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도로 폭이 다른 도시에 비해 매우 좁아 정체가 심화되고 시내버스는 한번 지나가면 언제 올지 몰라 마냥 기다려야 한다”며 “최초 도시 건설 때부터 설계가 잘못됐지만, 세종시는 예산 핑계만 하며 나 몰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직격탄을 세종시민이 입게 됐다는 정서가 지역에서 팽배한 것도 보수 후보를 선택한 또 다른 요인이다.

40대 직장인 이 모씨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아파트 공시가 발표 직후 세종에 아파트 소유 시민은 고스란히 세금폭탄을 맞았다”며 “당시 공시가는 최고 134% 올랐고, 상승률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압도적 1등이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당 관계자는 “집권 여당이 가진 힘의 바람이 진보의 도시 세종시까지 불어오면서 이춘희 개인의 업무역량에 대한 평가보다는 민주당이 민심을 외면한 정치적인 행보가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다”며 “이는 전국적인 선거 참패로 이어졌고 세종시도 이 바람을 피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문제를 시작으로 최근 검수완박 추진의 역풍,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 사과 놓고 지도부의 자중지란 등이 패착의 이유가 될 것이다”라며 “여기 선거 초반 터져 나온 박완주 의원의 성 비위 의혹도 큰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지방 선거에서 드러난 시민들의 냉엄한 선택이 최민호 당선자가 이끌 향후 세종시 시정 운영에 어떤 변화를 야기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시스=세종]세종시 ​은하수공원 앞 교차로에서 정안IC 방향으로 좌회전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ssong100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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