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만, 경제협의체 구성하고 군사협력 강화 시사..중국 무력시위 대응으로 긴장 고조

이종섭 기자 2022. 6. 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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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행정원이 1일 기자회견을 통해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대만 이니셔티브’ 출범 소식을 알리고 있다. 행정원 홈페이지 캡쳐

미국과 대만이 경제협의체를 구성하고 군사적 협력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대만해협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양측의 움직임이 “대만을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고 미국도 심각한 결과에 직면하게 할 것”이라며 공중·해상 무력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일(현지시간) 대만과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대만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며 이달 말 워싱턴에서 첫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USTR은 대만과의 이니셔티브가 양측의 경제·무역 관계를 심화하고 공유된 가치에 기반한 상호 무역 우선 순위를 진전시키며 포용적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구체적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양측의 이니셔티브에 관한 발표는 세라 비앙키 USTR 부대표와 덩전중(鄧振中) 대만 경제무역협상판공실 대표가 화상 회담을 가진 직후 나왔다. 대만 행정원도 이날 양측의 회담 사실과 함께 이니셔티브 출범 소식을 전했다.

양측은 이니셔티브에서 무역 원활화와 규제 관행, 농업, 반부패, 중소기업 지원, 디지털 무역,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 등 11가지 의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주도로 최근 출범한 대중국 견제 성격의 경제협의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제시한 의제와 거의 유사하다.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대만을 IPEF에서 제외시켰지만 그에 준하는 별도의 양자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사실상 대만을 IPEF의 틀 안에 포함시키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매튜 굿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무역전문가는 “미·대만 이니셔티브와 IPEF는 주요 내용이 중복된다”면서 “미 정부는 새 이니셔티브를 IPEF 참여와 병행할 수 있는 통로로 보는 것 같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대만은 미국과의 이니셔티브를 IPEF 참여 뿐 아니라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덩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이니셔티브의 목표는 협상 메커니즘을 마련해 지속가능한 경제·무역 관계를 구축하고 대만이 IPEF 참여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니셔티브의 구성이 완전하고 지속 가능하며 내용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무역협정을 추진하는 로드맵으로도 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대만은 군사 협력 강화도 시사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위협에 비례해 대만이 충분한 자위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방위 물자와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커질수록 훈련과 무기 지원 등 대만과의 군사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에 앞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지난달 31일 대만을 방문한 태미 덕워스 미 상원의원을 접견한 자리에서 “미 국방부가 주 방위군과 대만의 교류·협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대만과 미국이 역내 안보 협력을 더욱 심화시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 방위군과 다른 나라 군대의 훈련에 관한 협력 등을 규정한 미국의 ‘주 방위군 국가파트너십계획’을 근거로 한 군사 협력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대만 매체들은 미국의 국가파트너십 계획에 따라 대만이 미 하와이주 방위군과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대만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양측의 교류·협력에 반대해 온 중국을 자극해 양안 관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당장 대만 주변에서의 군사 훈련 사실을 공개하며 양측을 압박했다.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계정을 통해 최근 대만섬 주변 해·공역에서 여러 군종을 조직해 연합 전투 대비 순찰을 했다면서 “미국과 대만의 결탁에 대해 필요한 행동을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최근 공개적으로 또는 암암리에 대만 독립 세력을 종용·지지하고 있는데 이는 대만을 위험한 지경에 몰아넣고 자신도 심각한 후과에 직면하게 할 것”이라며 “훈련과 전투 대비를 강화하고 사명 이행 능력을 높여 외부 세력의 간섭과 대만 독립 세력의 분열 모략을 단호히 좌절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중국은 덕워스 상원의원이 대만에 도착한 지난달 30일 군용기 30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켜 대대적인 무력 시위를 벌였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대만 이니셔티브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오펑(高峰)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에 관한 것이며, 대만이 대외 경제협력에 참여하는 전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라며 “중국은 주권적 의미와 공식적 성격의 경제무역협정을 포함해 어떤 나라가 어떤 형식으로도 대만과 공식 왕래하는 것을 일관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무기 공급 확대 등을 시사한 오스틴 장관 발언에 대해 “중국은 줄곧 미국의 대만 지역 무기 판매에 단호히 반대해 왔다”며 “이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심각히 침범하는 것이며 내정에 대한 심각한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미국은 대만 무기 판매와 군사 연계를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이 진정 아시아·태평양의 자유 안정과 안전을 지키려면 패거리 짓기와 정치적 대립, 군사적 대결을 조장하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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