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막 내린 '진보 교육감 시대'..제도 개선도 고민해 봐야

연합뉴스 2022. 6. 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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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6.1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 결과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1일 치러진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 17개 시·도 가운데 보수성향 후보들이 8곳, 진보성향 후보들이 9곳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서울=연합뉴스)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17개 시·도 가운데 9곳, 보수 후보들이 8곳에서 승리했다. 서울에서 현직 교육감인 조희연 후보가 3선에 성공한 것을 비롯해 세종·울산·광주·충남·전북·전남·인천·경남 등을 진보 성향 후보가 차지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임태희 후보가 경기에서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당선된 것을 비롯해 부산·대구·대전·경북·강원·충북·제주 등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전체적으로 진보 후보가 과반을 차지했지만 2014년 13곳, 2018년 14곳을 진보 교육감이 석권하면서 8년간 이어진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는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막을 내렸다. 진보와 보수가 지방의 '교육 권력'을 양분하면서 팽팽하게 힘의 균형을 이루는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에서는 통상 '현직 프리미엄'이 강한데 제주·충북·부산 등에서는 이것이 먹혀들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 후보들이 약진한 이면에는 지난 8년간 진보 교육감들이 '혁신 교육'을 내세우며 펼친 각종 정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실망감과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 5년 만에 이뤄진 정권교체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이어 교육 권력의 지형도 달라진 만큼 교육 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이번 선거가 '전교조 아웃' 등과 같은 슬로건이 나올 만큼 뚜렷한 진영 대결로 치러지면서 정책 변화의 모멘텀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 당선인은 진보 교육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혁신학교에 대해 "목적과 취지부터 구체적 프로그램까지 살펴보겠다"며 과감한 손질을 예고했다. 혁신학교는 2009년 당시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전인교육을 표방하며 도입한 이래 전국 13개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평가가 엇갈린다. 고교학점제와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 등을 놓고 진보 교육감과 중앙정부 간의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크다. 윤석열 정부가 고교학점제는 보완해 추진하고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은 재검토할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당선인은 "만약 자사고 유지가 확정되면 (새 정부와) 대립할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양측 모두 직시할 필요가 있다. 다만 선거 과정에서 보수·진보 후보들의 다수가 기초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는 점에서 학력 강화를 위한 정책은 다양하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중3과 고2의 국어·영어·수학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2014년에 비해 1.5∼3.2배 늘었다고 하니, 교육감들은 정치 진영을 떠나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실효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교육 소통령'으로 불리는 교육감은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이다. 연간 80조 원 예산으로 2만여 개 학교의 운영과 학생 590만 명의 교육, 교원 50만 명의 인사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이지만, 선거는 철저하게 '깜깜이'로 진행된다. 지난달 방송 3사의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교육감 후보가 "없다"라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이 서울과 경기에서 60∼70%에 달했다. 자녀가 없거나 있더라도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는 교육에 관심이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제도적인 영향도 없지 않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정당 공천을 배제하다 보니 후보가 난립하기 십상이다. 투표용지에는 정당명이나 기호 없이 이름만 나열되는데 공약을 따져보지 못한 유권자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얼핏 떠오르는 현직 교육감이나 그게 아니면 아무나 찍어야 하는 이상한 선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의 정당 공천을 금지한 것은 정치적 중립 때문인데, 실상을 보면 모든 교육감 선거가 진영 대결로 펼쳐진다. 그러니 이제는 그런 현실을 고려해 정당 공천제나 시도지사의 러닝메이트제 등 다양한 대안을 놓고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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