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메르켈 "야만적 침략전쟁"..러시아 공개비판
재임 시절 친러시아 정책을 펼쳤던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퇴임 후 6개월 간의 침묵을 깨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공개 비판했다. 독일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자 공개적인 반러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메르켈 전 총리가 1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라이너 호프만 독일노조연맹 위원장의 퇴임식에서 “러시아의 야만적인 침략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이 수행하는 노력을 지지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자위권을 지지하는 데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침공은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자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역사의 심각한 단절”이라고 규탄했다.
메르켈 전 총리가 공개석상에서 러시아 규탄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임 시절 러시아에 유화적 태도를 보였던 그는 지난해 12월 퇴임 이후 국제적 현안에 대한 공식발언을 자제해왔다. 로이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그가 러시아의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에 대해 명분이 없다는 내용의 짧은 성명을 낸 뒤 전쟁과 관련해 침묵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4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08년 독일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했던 것을 언급하며 독일의 친러시아적인 태도가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몰고왔다고 비판하자 “당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한 결정은 옳았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재임 시절에도 친러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서방 국가들의 반대에도 러시아산 가스를 독일로 직접 공급하기 위한 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2’를 강행한 것을 두고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병합과 동부 돈바스 영토 분쟁으로 서방의 제재가 가해진 이후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계속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메르켈 전 총리에 비해 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대러 압박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에 직면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숄츠 총리는 이날 독일 연방의회에서 열린 예산 토론회에서 대공미사일과 레이더 추적기 등 현대식 방공 체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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