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은 시작일 뿐"..공사비 1년 만에 12%↑

이가람 2022. 6. 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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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매경DB]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산업이 위기에 빠졌다. 공사비를 사이에 둔 조합과 시공단 간 갈등이 심화하고, 착공·분양·수주를 포기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나는 등 사업 환경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2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공동주택건설공사비지수는 145.16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128.65) 대비 12.83% 오른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 1월 2.17%→2월 0.33%→3월 0.96%→4월 0.99% 등 한 달도 빠짐없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건설공사비지수란 건설공사비를 산정할 때 쓰이는 지표다. 재료·노무·경비 등 항목을 대상으로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 및 생산자물가지수와 대한건설협회의 공사부문시중노임을 반영해 산출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원유 관련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 한 달 동안 중유(17.78%), 구조물용 금속제품(7.94%), 경유(7.23%), 아스콘 및 아스팔트(7.1%) 등이 큰 폭으로 뛰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시멘트를 만드는 핵심 원료인 유연탄은 지난달 셋 째주 기준 톤당 400달러를 돌파했다. 1년 전(70달러대)보다 300% 이상 인상된 금액이다. 다행히 지난달 넷 째주 400달러 아래로 내려왔지만, 안정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자재 확보도 쉽지 않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 가격은 지난해 초 톤당 70만원대에서 지난달 말 110만원대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레미콘(약 13%)과 목재·합재(약 50%), 석재(약 20%) 단가도 줄줄이 상승했다. 석재의 경우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상하이가 봉쇄가 이뤄져 물류 운송이 지연되면서 수급난을 겪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수주가 본격적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건설업체들의 사업성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로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요원해졌기 때문에 향후 실적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통상 건설산업에서 자재 가격이 차지하는 비용은 전체의 30% 수준이다. 고급화 전략이나 공정에 따라 50%에 달하기도 한다. 이에 건설사들은 자재 상승분을 반영해 공사비를 재산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재건축·재개발조합은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는 등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가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기존 2조6708억원에서 3조2294억원으로 공사비를 5600억여원 증액하는 계약을 두고 다툼을 벌이다 결국 공사 전면 중단 사태를 맞이했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은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고, 경기 성남시 신흥1구역은 어떤 건설사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과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신반포15차, 서울 서대문구 홍은13구역 등은 일반분양 일정을 미뤘다.

이 같은 상황에서 3.3㎡당 공사비가 700만원을 넘어선 사업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종로구 사직동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 770만원을, 성북구 정릉동 정릉골구역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 740만원을 책정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재 수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건설사들의 고충이 크다"며 "정부가 평상시 원자재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통관 절차나 기간을 축소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건설자재 공급망 점검 회의를 열고 "자재 가격 상승분이 공사비에 적기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비용이 오르는 요인을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거나 독박을 씌우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경제주체가 함께 분담하려는 노력과 분양가상한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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