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왕수석 대신 왕장관

김윤희 기자 2022. 6. 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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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새 정부 조각에서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에 정치인 출신을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내걸었다.

윤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업무를 관장할 법무부 장관에 정치인 대신 최측근을 앉혔다.

또 다른 선거 주무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고등학교, 대학교 후배다.

대통령 측근이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 장관, 인사검증 기능을 하는 민정수석 역할을 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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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정치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은 새 정부 조각에서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에 정치인 출신을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내걸었다. 정치 중립성이나 공정성 저해 논란을 근절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민정수석실은 아예 없애기로 했다. 정권마다 이어진 검찰 장악 시도, 코드 인사 논란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윤 대통령 측은 이 두 가지를 “개혁의 시발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등장으로 개혁 구상은 빛이 바래게 됐다. 한 장관은 명실상부한 윤 대통령 최측근 인사다. 윤 대통령이 2017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어려움을 겪자 “그 형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방어막을 둘러친 이가 바로 한 장관이다. 한 장관은 인사청문준비단에 소속돼 있지도 않으면서 당시 윤 대통령의 각종 의혹을 기자들에게 소상히 해명했다. ‘가족보다도 더 가족 같은 측근’이라는 말이 그때 그래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업무를 관장할 법무부 장관에 정치인 대신 최측근을 앉혔다. 또 다른 선거 주무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고등학교, 대학교 후배다. 민정수석실은 폐지했지만, 그 인사검증 기능은 한 장관이 수장인 법무부로 넘겼다. 한 전직 경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 인사검증 시스템을 사실상 법무부로 그대로 이관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측근이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 장관, 인사검증 기능을 하는 민정수석 역할을 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왕적 청와대를 없앤다면서 ‘왕수석’ 대신 ‘왕장관’을 새로 들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논란에 대해 “대통령 비서실은 정보 수집 업무를 직접 안 하고 (사정기관으로부터) 받아서 해야 한다. 그래야 객관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업무의 주체가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면 ‘객관성’을 말하기 어려워진다. 한 장관은 인사정보관리단장으로 비(非)검사를 임명하고 사무실을 법무부와 다른 곳에서 별도로 운영하며, 법무부와의 정보 교류를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인사검증을 제3의 장소에서 한다면 왜 법무부 산하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선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이 운을 띄웠던 ‘특별감찰관제 폐지’ 구상도 개혁을 표방하는 듯 보이지만, 대통령 측근 비리 감시 기구를 무력화하는 퇴보에 가깝다.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을 없애 사정 컨트롤타워 기능을 내려놨으니 특별감찰관제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가족 수사를 검찰과 경찰이 제대로 하지 못해 신설된 조직이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비서관, 특별감찰관이라는 점을 간과한 발언이다. 대통령실이 수사 주체로 지목한 검찰 위에는 그 인사권을 가진 한동훈 장관이, 경찰 위에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있다. 대통령실은 여론이 좋지 않자 “대통령 뜻은 그런 게 아니었다”며 그 책임을 일부 실무자에게 돌렸다. 윤 대통령의 개혁이 선의에서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여러 변수가 부딪쳐 만드는 파장까지 이로울 수는 없다. 순리에 역행하는 선한 정책의 부작용은 지난 5년간 충분히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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