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나오는 지역 균형 개발, 정말 효과 있을까

김영준 경제·경영 작가 2022. 6. 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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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지난 3월 2일 전남 나주시 혁신도시에서 나주 에너지공대 입학식이 열리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졸속으로 추진돼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받는다. /연합뉴스

수도권 집값 상승과 지방 소멸 현상의 공통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과도한 수도권 집중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권마다 지역 균형 개발을 외쳐왔지만, 현실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지역 균형 개발이 과연 지속 가능한지 생각해볼 시점이 아닌가 한다.

서울이 과밀·집중되었다는 이야기는 무려 60년 전부터 나온다. 이 당시 정부에선 서울의 확장과 함께 지방 주요 지역을 산업도시로 육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 지금의 지방 제조업 도시들이 탄생한다. 즉, 지역 균형 개발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역사가 훨씬 깊다. 이러한 지방 도시 육성 계획이 성공한 것은 당시 최첨단 산업이었던 조선, 전자, 석유화학 등을 지역에 유치한 덕분이다. 이 산업들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자연히 많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서울의 집중을 조절하는 한편 지역 성장이라는 두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의 첨단 산업은 과거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상당한 고숙련 지식 노동자가 필요하며,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전통 제조업에 비해 낮다. 첨단 혁신 산업의 집중 현상에 대해 연구한 경제학자 엔리코 모레티에 따르면, 혁신 산업은 지식 노동자가 가까운 공간에 밀집해 있을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고 혁신에 미치는 영향 또한 커진다. 이 때문에 현대의 혁신 산업은 밀집해 클러스터를 이루는 경우가 많으며, 이 산업들에 필요한 노동자도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생각하면 지역마다 기업과 산업을 쪼개 흩어 놓는 지역 균형 개발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이해할 수 있다. 60여 년 전에는 그 방법이 통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산업과 생활 수준과 사람들이 달라졌다. 상당수가 농촌 지역 출신이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대부분 도시 출신이기에 도시를 떠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나마 성공적인 세종시가 공공기관과 행정 부처들을 밀집시킨 도시라는 걸 생각해보자.

지역의 표를 얻고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기업과 산업을 지방 도시로 분산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산업과 기업을 쪼개 지방 도시에 할당하는 방식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 즉 거기서 살아갈 사람들의 후생을 무시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시민 처지에서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장점과 혜택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 사는 사람을 어떻게든 강제로 지방 도시로 내려보내려는 시도 대신 사람들이 옮겨 가서 살아도 후생이 크게 변하지 않을 만한 거대 도시를 또 하나 만드는 것이 낫다. 경제학은 국민의 후생 증대를 목표로 두는 학문이다. 국민의 후생에 초점을 두면 다른 문제 해결법이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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