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챙기는 e스포츠, 이러다 다 죽어 [이준희의 여기 V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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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0년 전엔 올림픽에서 줄다리기를 했다.
중국 로얄네버기브업(RNG·알앤지)은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으로, 세계적 강팀이다.
문제는 이들이 중국 상하이를 연고로 한다는 점이다.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는 중국 기업 텐센트 산하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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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0년 전엔 올림픽에서 줄다리기를 했다. 심지어 꽤 인기도 있었다. 하지만 20년 만에 퇴출당해 100년 동안 돌아오지 못했다. 공정성이 문제였다. 해가 어느 방향인지, 땅은 얼마나 단단한지. 따져볼 게 한두개가 아니었다. 화룡점정은 1908 런던올림픽. 당시 영국 리버풀 경찰관 팀은 스파이크 달린 신발을 신고 나와 “정복”이라고 주장했다. 심판은 이를 인정했다. 상대팀 미국은 항의 표시로 기권했다. 그들은 일반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오징어게임> 이후 몇 번이나 넷플릭스 대세가 바뀐 시점에 줄다리기를 떠올린 건, 지난달 29일 부산에서 막을 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022 때문이다. 세계 이(e)스포츠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이 대회를 부산시가 유치했는데, 대회는 성황리에 마쳤을지언정 뒷맛이 영 찝찝하다. 2년 연속 불거진 ‘중국팀 특혜 논란’ 때문이다.
중국 로얄네버기브업(RNG·알앤지)은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으로, 세계적 강팀이다. 문제는 이들이 중국 상하이를 연고로 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상하이 봉쇄 때문에, 알앤지는 부산에 올 수가 없었다. 대회를 주최·주관하는 라이엇게임즈는 알앤지가 숙소에서 온라인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조처했다.
언뜻 보면 이스포츠이기 때문에 가능한 묘안이다. 문제는 이 방법이 불공정 논란을 촉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어느 스포츠나 안방 경기는 더 유리하다지만, 이스포츠에선 이 안방이 진짜 제집 안방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무대와 평소 연습하던 숙소는 긴장감과 부담감이 차원이 다르다.
알앤지는 그렇게 숙소에서 편하게 게임을 했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공인 헤드셋을 착용해야 하는데, 봉쇄로 택배도 보낼 수 없다며 개인 헤드셋이나 이어폰을 썼다. 심지어 일부는 아예 쓰지도 않았다. 실제로 심판이 이들을 감독할 수 있는지 팬들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어찌나 편했는지, 몇몇은 맨발로 경기할 정도였다.
주최 쪽은 인터넷 환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알앤지에 맞춰 경기 지연속도(핑)도 일괄적으로 35밀리초(ms)로 고정했다. ‘페이커’ 이상혁이 “35핑 고정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정도로, 지연속도는 결정적인 변수다. ‘임펙트’ 정언영이 <코라이즌 이스포츠>에 말한 대로 “축구에서 상대 선수가 발이 아프다고 다른 선수에게 모래주머니를 채우는” 격이다.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선 상하이 포트FC가 봉쇄 때문에 기권했다. 다른 중국 팀도 선수 수급에 문제가 있어서 잇달아 대패하고 탈락을 맛봤다. 그래도 이에 맞춰준다며 2군으로 선발진을 꾸리는 팀은 없었다. 항상 최고로 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프로이기 때문이다. 알앤지가 결승에서 한국 티원(T1)을 꺾고 우승했지만, 박수를 보내는 이가 드문 이유다.
더욱이 이스포츠는 그간 특정 기업이 종목 자체를 소유한다는 이유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눈초리를 받아왔다.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는 중국 기업 텐센트 산하 회사다.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이런 불공정 논란이 반복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깐부 챙기다가 ‘이러다 다 죽는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이스포츠가 심히 우려된다.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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