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그리웠네, 곰삭은 춤사위

이윤정 2022. 6.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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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당대 우뚝 선 산봉우리와 같은 명무들의 춤판이 벌어졌다.

조선조 이후 선비들이 향유해 왔던 줄풍류 음악부터 이 시대에 전승되고 있는 남·여 춤까지 눈여겨봐야 할 것들을 엮어낸 공연 프로그램이다.

얇은 바람이 일렁거리는 봄날 저녁, 풍류사랑방에서 세월을 한껏 머금은 남성 명인들이 올려낸 춤은 더이상 춤으로 보이지 않았다.

춤판의 구성은 자연 이치의 조화를 꾀하고자 음(陰)과 양(陽)으로 나누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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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리뷰
명무들의 춤판 '일이관지'
선비춤·민간춤 무대 구성 뛰어나
절제된 소고춤의 미학 등 인상적

[주재근 정효문화재단 대표] 지난달 17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당대 우뚝 선 산봉우리와 같은 명무들의 춤판이 벌어졌다. ‘일이관지(一以貫之)’. 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것을 꿰뚫는 통찰의 경지를 공연예술로 엮은 국립국악원의 기획시리즈다. 조선조 이후 선비들이 향유해 왔던 줄풍류 음악부터 이 시대에 전승되고 있는 남·여 춤까지 눈여겨봐야 할 것들을 엮어낸 공연 프로그램이다.

장르마다 시기마다 유행하는 대세 공연이 있다. 요즈음은 퓨전국악, 창작국악 등에 자리를 내줘 전통공연을 볼 일이 많지 않다. 예전에는 음악이 느리고 빠르냐가 기준이었다면, 요즈음에는 전통의 예술 장르보다는 퓨전이나 타 장르와의 융합된 공연이 어느새 무대 공간을 채우고 있다.

‘일이관지’의 공연 모습(사진=국립국악원).
우리의 곰삭은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한 공연이 요즘에 더욱 그리워지고 기다려진다. 언뜻 곰삭혀서 진한 감동을 줄 뿐만 아니라, 곰삭는 동안 변화과정을 유추해 보는 것이 내내 가슴을 때리고 오랫동안 여운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채워지고 비워진 곰삭은 공연이 바로 ‘일이관지’ 공연 프로그램이다.

얇은 바람이 일렁거리는 봄날 저녁, 풍류사랑방에서 세월을 한껏 머금은 남성 명인들이 올려낸 춤은 더이상 춤으로 보이지 않았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인생이란 이런 것이야’ 라고 얼굴표정과 춤사위로 건네는 최고의 연극을 보는 것과 같았다.

춤판의 구성은 자연 이치의 조화를 꾀하고자 음(陰)과 양(陽)으로 나누어졌다. 음의 춤으로 ‘전주 민살풀이춤’(문정근), ‘강선영류 태평무’(임관규), ‘승무’(채상묵)를 선보였고, 양의 춤으로 ‘소고춤’, ‘한량무’(김정학)가 무대에 올랐다. 한국을 대표한 춤 5마당의 오행이 음양과 만나 음향오행의 춤 세상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승무와 선비들이 춘 한량무, 궁중의 왕과 왕비의 사랑을 주제로 한 태평무와 민간에서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 즐긴 민살풀이춤, 소고춤 등으로 춤판을 구성한 것이 뛰어났다. 공연 내내 볼수록 사유하게 되며 인생의 여유를 돌아보게 하는 보기 드문 공연이었다.

한평생 농악 가락으로 무대를 주름잡았던 최종실 명인의 절제된 소고춤의 미학, 전주한지에서 느껴지는 문정근 선생의 깔끔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민살풀이춤, 선비들의 흐드러진 마음을 누가 알까. ‘조선시대 선비들은 춤을 저렇게 추었을 것이다’라고 표현한 김정학 명무의 한량무, 궁중의 왕과 왕비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임관규 명인의 태평무, 속세를 아직 벗어나지 못해 삼라세계에 떠돌고 있는 영혼의 울림, 채상묵 명무의 승무 등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명품 공연이었다.

다섯 명의 무용 대가는 어림잡아 한 갑자의 세월을 춤과 함께 동락하신 분들이다. 청춘 때의 춤은 채워서 진해졌다면, 이제는 채웠던 것이 비워져 엷어지고 있음을 무대에서 읽을 수 있었다. 이제는 무대에서 한 손만 들고 있어도 장단과 가락들을 불러내는 그 명무들의 춤이 벌써 그리워진다.

‘일이관지’의 공연 모습(사진=국립국악원).

이윤정 (younsim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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