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과 尹대통령, 마르코스 부자[광화문]

배성민 기자 2022. 6. 2.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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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은 마르크스 주니어의 대통령 당선을 알린 머니투데이 보도, 오른쪽은 5.18행사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을 보도한 머니투데이 신문, 오른쪽 아래는 81년 기념우표(전두환 대통령, 필리핀 등 아세안 5개국 방문)

지방권력 심판론을 거론하며 일할 기회를 달라는 여당(국민의힘)과 싹쓸이를 막아달라는 야당(더불어민주당 등)이 맞붙었던 6.1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여야간에 팽팽하지 않은(꽤 기울어진) 판세를 전하고 지켜보다 집 책꽂이에서 튀어나온 우표 속 환하게 웃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본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1981년 발행된 40원짜리 기념우표 속 주인공은 당시 각국의 대통령이었던 대한민국의 전두환과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였다. 당시 두 사람은 권력의 최정점을 구가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일단 40여년이 지난 지난해와 올해 각국에서 전두환과 마르코스는 퇴임 이후 오랜만에 꽤 뜨겁게 소환되었다. 전두환 스스로는 5.18광주민주화운동과 5공 강권통치의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은채 지난해 11월23일 세상을 등졌다. 그를 다른 식으로 끌어낸 이는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선 후보)이었다. 그는 전두환 집권기에 관료와 전문가들에 대한 권력위임 등을 거론하며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 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 분들도 꽤 있다"는 말을 꺼낸 것(2021년 10월 19일, 부산 해운대구 국민의힘 당원협의회)이다.

법대생 시절 대학 모의법정에서 전두환에 무기징역을 구형한 것을 자랑해오던 그지만 정치입문 이후 내로남불식 여당의 실정 비판과 시스템에 의한 통치를 강조하며 꺼낸 말이었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비난이 일자 그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물러섰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당선됐지만 과거의 비난을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임기를 시작한 뒤 일주일여만에 국무위원들과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를 이끌고 전두환과 무관할 수 없는 5.18 42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40원 우표의 또다른 주인공 필리핀과 마르코스(또는 가문)를 둘러싼 상황은 더 극적이다. 전두환과 마르코스가 만난지 5년여 뒤인 1986년 2월 독재에 견디다 못한 필리핀의 성난 군중은 "마르코스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혁명(피플 파워)을 주도했고 마르코스는 초라하게 하와이로 떠나야 했다.

피플파워의 영향권으로 필리핀에는 민주정부가 들어섰고 이 일은 1987년 한국(6월 항쟁), 1989년 중국의 천안문 민주화 항쟁 등으로 이어졌다(새뮤얼 헌팅턴, '제3의 물결: 20세기 후반의 민주주의')는게 국제정치학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버지 마르코스는 1989년 망명지에서 세상을 떠났지만 마르코스 일가의 위세는 꺾이지 않았다. 부인과 아들, 딸은 이후로 의원과 주지사 선거 등에 출마해 당선돼 세를 넓혀갔고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일명 봉봉)는 지난달 치러진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해 7월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피플파워(power)로 빼앗긴 아버지의 권력을 필리핀 국민들의 표(vote)로 되찾은 것이다. 참신함을 내세운 아들 마르코스는 선거 운동 진행 과정에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지자들과 소통했고 필리핀 유권자의 52%가 18~40세로 마르코스 시절의 독재를 모른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필리핀과 한국은 1980년대 이후로 다른 길을 걸었다. 개헌을 통해 5년 임기의 직선 대통령제를 도입한 한국은 한두차례의 경제위기를 겪긴 했지만 민주화를 향한 발걸음을 차근차근 내디디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일궈낸 몇안되는 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6년마다 대통령을 뽑는 필리핀은 정정 불안과 몇몇 대지주와 정치명문가 중심으로 이어지는 족벌정치의 만연으로 부정부패와 빈부격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우표속 세상 40년 뒤 한국과 필리핀은 직전과는 다른 새로운 정치세력이 정권을 맡게 됐다. 표를 던진 유권자들은 결정했고 위정자들은 자신의 색깔로 정책을 펼친다. 외교관계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강화를 천명한 상태고 필리핀은 친중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남북관계 재설정, 노동개혁, 연금개혁, 미중 외교 등 현안이 쌓여있는 한국의 경우 2024년 총선까지 큰 선거도 당분간은 없다. 역사는 차근차근 쓰여지고 표를 던진 국민들은 말없이 지켜보고 또다시 심판할 것이다.
배성민 경제(정치)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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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민 기자 baesm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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